중국의 폭발적인 수산물 소비 증가가 글로벌 수신시장 지형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세계 최대 수산물 소비국인 중국은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약 37kg에 달하며, 이는 세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은 전 세계 원양어업의 4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원양어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남미 진출이 두드러진다. 페루 해역에서 벌어지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 대결은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 어업 전략이 초래하는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페루 현지 어민들의 오징어 어획량이 70% 급감한 가운데, 500여 척의 중국 산업형 어선들이 페루 영해 경계선을 따라 조업하며 연간 50만 톤의 오징어를 포획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이는 단순 수산업 문제를 넘어 국제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불법·비보고·비규제 조업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으며, 미 해안경비대는 남미 해역에서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식량 안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원양어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해양 패권 확장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공세적 어업은 환경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심각하다. 페루의 수산물 가공업체들은 생산량이 계획의 25% 수준에 그쳤으며, 현지 어민들은 생계 위협에 직면해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페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나에서는 연안 어족자원이 고갈되었고, 인도양에서는 강제 노동과 상어 지느러미 채취 등 불법 조업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남미 국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이는 중국과의 복잡한 경제적 의존관계에서 비롯된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남미 전역에서 연간 평균 14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자원 개발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시급한 남미 국가들에 중국의 투자와 경제 협력은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가 되었다. 중국은 2021년 한 해에만 남미 지역에 약 1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며 '백신 외교'를 통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했다.
페루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은 페루의 주요 구리 광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수도 리마의 전력 공급을 상당 부분 통제하고 있다. 11월에는 중국 소유의 메가포트가 개장될 예정이다. 이러한 경제적 영향력은 페루 정부가 어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페루 정부는 오징어 어획량 감소 원인을 기후 변화에 돌리며, 중국 어선단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가 기후 변화보다는 남획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2016년 엘니뇨 현상 당시에도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했으나, 현재와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 이는 중국 어선단의 과도한 조업이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수산물 시장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한다. 현지 어민들의 생계 위협은 연안 지역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남미 국가들의 식량 안보와 지역 경제 불안정을 가중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해양 생물 다양성 감소와 수산자원 고갈을 초래해 글로벌 수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제사회는 더욱 강력한 어업 규제와 감시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불법 조업에 대한 제재 강화와 지역 어업 관리기구의 권한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지속 가능한 수산물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는 향후 수산물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