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로 원화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2년 2개월여 만에 1440원선을 내준 이후, 지난 19일 연준의 '매파적 인하'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선도 내줬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강달러 현상이 거세지면서 내년 환율 전망치는 1500원까지 열어두며 잇달아 상향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51.40원에 이번 주 주간 거래를 마치며 다시 1450원대로 복귀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쇼크 이후 1450원 밑으로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5원 오른 1453.0원에 개장한 뒤 1450원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20일에도 잠시 1440원대로 내려온 뒤 줄곧 1450원대에서 움직였다.
증권가에선 중장기적으로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한 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두 번뿐이다.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에도 연준이 예정대로 금리인하 속도를 가져갈 것이라는 기대가 산산조각 난데다 국내에선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로 한국(3.0%)과 미국(4.25~4.50%)의 정책금리 차는 상단 기준 종전 1.75%포인트(P)에서 1.5%P로 축소됐다. 하지만 경기 우려로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다시 1.75%P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급격히 더뎌질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 심화되는 반면 미국은 견조한 경기를 바탕으로 내년 최종금리 수준 대폭 상향했다"면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며 자본 이탈 압력 가중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도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내년 5월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원화 보유 축소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