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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 인상은 '무죄', 전기요금 인상은 '유죄'?

가스공사, 연료비 상승분 요금에 반영 덕분 2분기 2천억 '흑자'
한전, 원전가동률 상승했지만 원료비 높아 2분기 3천억 '적자'
한전·업계 "전기요금에 원료비 연동제 필요", 산업부 "검토 안해"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기사입력 : 2019-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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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가 한전의 적자경영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하는 모습. 사진=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국가 산업과 국민 생활의 필수 에너지인 전기와 가스의 요금체계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사뭇 달라 이를 담당하는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2분기에 298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6299억원 영업적자에 이은 대규모 적자이자 3분기 연속 적자이다.

올해 2분기에는 원전 가동률이 2017년 탈원전 정책 이전에 버금가는 82.8%나 됐다. 올해 2분기만큼은 원전가동률이 낮아 적자가 누적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전은 2분기 적자 이유로 봄철(4~6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남 삼천포 5,6호기와 충남 보령 1,2호기의 가동을 3개월간 중단했고, 이에 따른 전체 발전 자회사의 2분기 석탄화력발전 가동률도 58.6%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2분기 기준으로는 최저 수준이자 첫 50%대 가동률이다.

이처럼 석유,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었으나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수준이 여전히 높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결국 한전은 전력 구입비가 늘어도 판매가격이 그대로라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이후 6년 가까이 동결 상태다.

반면에 도시가스요금은 지난달 초 주택용·산업용 등 전체 평균 4.5%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 7월 4.2% 인상 이후 1년만이다.

덕분에 가스공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동기 대비 1240%나 늘어난 2047억 원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7%가 증가한 1조 742억 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올해 상반기 온화한 날씨와 원전 가동률 상승으로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8%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호주·미얀마 등 해외사업에서 수백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이유도 있지만, 원료비 상승분을 도시가스요금 인상으로 보전받을 수 있었던 점이 컸다는 평가이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5년 7월 도시가스 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원료비가 3% 이상 증감하면 이에 비례해 요금을 조정하는 제도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급하는 난방요금 역시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받는다.

연료비 연동제 덕분에 가스공사는 국제 LNG 가격이 상승하면 비교적 빠르게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해 비용증가분을 메울 수 있다.

이와 달리, 전기요금은 아직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1년에 한번씩 원가, 투자금, 적정이윤을 포함한 총괄원가를 산정해 이에 맞춰 요금을 조정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산업용 심야요금, 주택용 요금의 취약계층 할인 등으로 지난해 한전이 원가 이하로 판매한 전기는 총 4조 7000억 원에 이른다.

한전은 전기요금에도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공공성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정부의 인식이 강해 드러내놓고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도 '전기요금 현실화'가 한전의 적자구조를 해결한 근본 방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전기요금의 원료비 연동제는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30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요금의 공공성과 물가억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하고 있어 여전히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전기요금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 책정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일시적 유가상승이나 원전정비 등으로 요금을 조정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이같은 인식을 확인해 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한전 적자가 누적되면 어차피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인 만큼 산업용 심야요금체계 개편, 요금체계에서 복지할인 분리 등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한전 재정을 건전화시키고 국민에게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주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숭실대 온기운 교수(경제학과)는 "전기요금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주택용, 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 대신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용 고압전력은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하고 생산원가가 높은 주택용 저압전력은 요금을 높게 책정하는 '전압별 요금체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한전 적자누적에는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화학과)는 "탈원전 정책을 벌이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원료비 연동제나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현실성 없는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행하는 바람에 한전이 종전에 석탄, 석유, LNG, 원자력, 수력, 신재생 등 다양한 발전원을 최적비율로 조합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내부적 '에너지믹스'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이 때문에 앞으로 국제 연료비가 하락하더라도 한전의 적자가 고착화되거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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