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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엔비디아의 ‘H20’ 생산 중단, 美·中 기술전쟁의 ‘협상 카드’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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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 ‘H20’의 생산을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보안 우려를 이유로 구매 중단을 지시한 결과지만 그 이면에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AI 연산용 반도체(GPU)가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되는 복잡한 맥락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단순 ‘보안 문제’ 아닌 전략적 선택


중국이 보안 문제를 제기하면서 엔비디아가 생산을 중단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중국의 산업정책·미국의 수출 규제·엔비디아의 시장 전략이 교차하는 다층적 사건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 화웨이 등 AI 반도체 개발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보안 우려를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WSJ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도 이를 ‘협상 전술’로 보는 시각이 많다.

◇ 트럼프 행정부의 ‘조건부 허용’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최신형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GPU 칩 성능을 30~50% 낮춘 조건에서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를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간주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정치적 신호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이미 성능 제한 시제품을 미국 정부에 제시하며 승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엔비디아 CEO의 ‘외교전’

WSJ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기술과 시장 접근권을 맞바꾸는 협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엔비디아 GPU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과 연간 150억달러(약 2조1560억원) 규모의 잠재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이 그의 협상력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 AI 칩은 이제 ‘양날의 칼’


엔비디아 H20 사태는 단순히 한 제품의 실패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AI용 반도체가 무역 갈등과 외교전의 핵심 무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안보 논리를 앞세우면서도 자국 기업의 이익을 놓칠 수 없고, 중국은 첨단 기술 확보 욕구와 자립 전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WSJ는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은 국경을 넘나드는 협상에 직접 뛰어들며 민간과 정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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