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30A, 단일 다이 설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새 칩은 ‘B30A’(가칭)로 불리며 단일 다이(die) 구조를 채택해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B300 가속기의 절반 수준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NVLink 데이터 전송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며, 이르면 다음 달 중국 고객사들에 샘플이 전달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트럼프 발언과 규제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H20은 이미 구식이며 새 칩은 30~50% 성능을 낮춘 형태로 중국에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판매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합의를 발표한 뒤 이같이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 내 민주·공화 양당 모두 중국의 첨단 칩 접근 확대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실제 규제 완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 중국 매출 13%·화웨이 추격
중국은 엔비디아 매출의 13%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지난 4월 H20 판매가 중단됐다가 7월에야 재개를 허가받는 등 불확실성이 반복되고 있다. 이 틈을 타 화웨이가 자체 칩 성능을 끌어올리며 일부 연산 성능에서는 엔비디아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소프트웨어 생태계나 메모리 대역폭에서는 여전히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 RTX6000D도 준비
엔비디아는 또 다른 중국 전용 칩 ‘RTX6000D’도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으로 AI 추론 작업에 맞춰 설계됐으며 H20보다 성능이 낮고 단가도 저렴하다. 이 제품은 미국 규제 기준에 걸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으며 오는 9월 소량이 중국 고객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 의미와 전망
이번 신형 칩 개발은 엔비디아가 규제 한도를 피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지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가 단순한 상업 제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임을 다시 보여준다.
미국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자립 속도는 빨라지고,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맞춤형 축소판’ 칩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