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산업별 현안 안고 ‘팀 코리아’ 총력전
관세 협상·공급망 안정·첨단 기술 협력…한미 경제동맹 새 분수령
관세 협상·공급망 안정·첨단 기술 협력…한미 경제동맹 새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취임 82일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한국 재계가 총출동해 미국 시장 확보를 위한 '경제 총력전'일 될 전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 10여 명이 대통령 순방에 맞춰 워싱턴 현지에 속속 집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각자 현안을 직접 챙기며 '팀 코리아'의 민간 외교 사절단으로 나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계의 최대 관심은 관세다.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간 관세 협상 후속 논의에서 자동차·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적용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미국 내 현지 투자 확대, 생산 거점 확충, 부품 공급망 강화라는 '3대 카드'를 꺼내 들어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협력 제안이 아니라, 미국 시장 내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관세 완화라는 직접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25일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이 같은 경제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자리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 오찬을 가지며 경제 안보, 첨단 기술 협력, 공급망 안정화 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한미 재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민간 차원의 투자 확대와 협력 방안을 직접 논의한다.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과 미 정·재계 인사들과의 만찬 등 경제 외교 일정을 이어간다.
재계 역시 현지 행보를 준비 중이다. 반도체, 배터리, 원전, 방산,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산업별 대표 그룹들은 개별 현안을 들고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세와 미국 내 투자 인센티브 확보,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 적용 시점 단축과 전기차 시장 협력, SK·LG는 배터리·에너지 분야의 파트너십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HD현대와 한화는 조선과 방산 부문에서 협력 확대를 모색하며, 대미 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낼 계획이다.
26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 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시찰한다. 이 일정은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하며, 한국 기업들이 '책임 있는 파트너'임을 부각하는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워싱턴 방문은 재계가 주도하는 '경제 정상외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리스크 완화와 공급망 협력 강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향후 한미 경제동맹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