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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북미 극장가 1위 '기염'

주말 한정 개봉에 1100개 관 매진…Z세대 팬덤 스크린으로
'악마도 멋져'…권선징악 넘어선 입체적 서사에 어린이들 열광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스트리밍의 인기를 넘어 북미 극장가까지 점령했다. 주말 한정으로 개봉한 싱어롱 버전에 Z세대 팬들이 몰리며 개봉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스트리밍의 인기를 넘어 북미 극장가까지 점령했다. 주말 한정으로 개봉한 싱어롱 버전에 Z세대 팬들이 몰리며 개봉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스트리밍 전용으로만 알려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주말 한정 싱어롱(함께 부르기) 버전 극장 개봉만으로 북미 극장가 1위를 예고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23일(현지시각)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주말 1500만 달러(약 207억 원) 넘는 수익으로 잭 크레거 감독의 공포 영화 '웨폰스'의 1350만 달러(약 187억 원)를 제치고 정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순위 1위인 '레드 노티스(2억3090만 뷰)'를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현재 2억 1050만 뷰)'의 막강한 팬덤이 극장가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K팝과 악마라는 색다른 소재의 결합,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를 넘어선 입체적인 인물 묘사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핵심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열풍은 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로리 앤 포터(11)는 이 영화를 "어림잡아 50번은 넘게 봤다"고 말한다. 그는 주변에 영화를 알리는 '전도사' 노릇까지 자처한다. "동생네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했는데, 동생이 볼 영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골랐어요. 그리고 파티에 온 친구들 중에 이 영화를 안 본 애들한테 전부 보게 했죠. 친구들은 처음엔 '이거 완전 별로일 것 같은데' 하다가, 다 보고 나서는 '어, 꽤 괜찮네'라고 했어요."

이러한 팬덤의 힘은 2% 성장률에 그치며 고전하던 북미 여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넷플릭스는 미국, 캐나다를 포함한 5개국에서 극장 싱어롱 행사 개최를 예고했는데, 북미에서만 약 1700개 상영관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1100개 관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주간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감소 없이 주마다 2600만 뷰를 기록한 이례적인 흥행이 스크린으로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 K팝 아이돌이 악마 사냥꾼…'권선징악' 틀 깼다


영화 제목은 줄거리를 충실히 반영한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사실은 악마 사냥꾼이라는 설정이다. 아덴 조(루미 역), 메이 홍(미라 역), 유지영(조이 역)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이들은 '혼문(Honmoon)'이라는 방어막을 노래로 강화해 인간 세계를 지킨다. 그러나 배우 이병헌이 목소리를 연기한 숙적 악마의 계략으로 라이벌 악마 K팝 그룹 '사자 보이즈'가 등장해 팬들의 영혼을 노리면서 이야기, 로맨스, 화려한 전투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이 영화가 단순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주리 리드(10)는 "'자기 자신이어도 괜찮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항상 네 본모습을 숨길 필요는 없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며 정체성과 자기 수용이라는 주제를 짚어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악마 캐릭터를 향한 아이들의 애정이다. 많은 아이들이 주인공의 적인 '사자 보이즈'에게 연민과 매력을 느꼈다. 디애나 아이필(12)은 "친구들과 이야기했는데, 마지막에 사자 보이즈가 죽어서 너무 속상했어요. 그들은 악마니까 나쁜 애들이고, 우리는 그들을 좋아하면 안 되는데 말이죠. 하지만 사자 보이즈의 진우를 보면, 그는 멋져요. 나쁜 악마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속편에서는 악마들이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어린이 관객들은 주인공 그룹 '헌트릭스'뿐만 아니라 라이벌 악마 그룹 '사자 보이즈'에게도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어린이 관객들은 주인공 그룹 '헌트릭스'뿐만 아니라 라이벌 악마 그룹 '사자 보이즈'에게도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 빌보드 1위 음원·팬덤 문화…'N차 관람' 동력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기존 아동용 콘텐츠와 다른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리드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보는 평범한 뮤지컬이 아니다. 차원이 다른, 현대적인 뮤지컬"이라고 평가했다. 헤나 맥린(10)은 "악마 영화와 K팝 영화가 합쳐졌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고, 시에나 콰토위츠(8)는 "어린이 영화 같으면서도 폭력적인 장면이 아주 약간 나오는 점"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는 음악이 이끌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운드트랙 앨범 수록곡 가운데 3곡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0위권에 진입했고, 작중 걸그룹 '헌트릭스'의 '골든'은 1위를 차지했다. 놀랍게도, 작중 두 K팝 그룹은 현실의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 최고 순위의 K팝 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필 자매는 "영화에 나오는 모든 노래의 안무와 가사를 다 안다"고 했으며, 리드는 친구들과 영화 이야기가 "완전히 본격적인 노래 한마당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팬덤 문화 역시 뜨겁다. 아이들은 "네가 이 싸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같은 영화 속 대사를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키운다. 리드는 인터뷰 말미에 한 가지 수수께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제가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요, 만약 누군가 보컬 패치를 떨어뜨리는 걸 보면, 절대 줍지 마세요!" 그 뜻은 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다는 장난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의 이 같은 열띤 반응은 영화에 익숙지 않은 어른마저도 스크린 앞으로 이끌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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