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맞닥뜨리며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1960~70년대에 건설된 미국의 주요 전력망은 이미 수명을 다해 가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력 관리와 에너지 효율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배런스(Barron's)는 최근 보도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함께 에너지 관리 솔루션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의 확산, 전기차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전환 등 전력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관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미국의 이튼,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이다. 16.8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력 관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센터부터 상업용 건물까지 광범위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튼과 허니웰도 각각 산업용 전력 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빌딩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적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원자력 발전 용량 확보에 나서는 등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JP모건의 앤드루 윌슨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관리 솔루션 시장이 향후 4년간 연 6~7% 성장할 것"이라며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전력 공급 확대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래 전력망이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발전량을 보완하고 전력 저장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액체 냉각 기술 등 새로운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디지털 에너지 담당 부사장 마이크 카즈미에르자크는 "현재 사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로 상업용 건물에서 최대 84%까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최근 액체 냉각 기업 모티바이어를 인수했으며, 이튼도 관련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연평균 40% 성장이 예상되는데, 이는 AI 시대의 막대한 전력 소비에 따른 열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전력 시스템은 AI 시대를 맞아 큰 전환점에 서 있다. 노후 전력망 교체, 신재생에너지 통합, 에너지 저장 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관리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글로벌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