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 3.0 버전 체결을 통해 역내 영향력 강화에 나선다.
내년 공식 서명 예정인 FTA 3.0은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공급망 연결 등을 포괄하며,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중국 중심의 지역 경제블록' 구축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20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FTA 3.0은 디지털 인프라 및 전자결제 시스템 통합, 녹색 에너지 분야 협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전자제품 분야에서 표준화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중국 표준'을 아세안 지역에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은 FTA 3.0을 통해 아세안과의 공급망 연결성을 강화하고, 주요 제품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동시에 외부 충격에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중국 중심의 지역 경제블록'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FTA 3.0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크리스토퍼 탕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아세안으로의 수출을 늘려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Temu)를 금지했고, 태국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탕 교수는 "대부분의 아세안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적 기회를 모색하지만,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은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FTA 3.0을 활용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대국인 필리핀을 고립시키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탕 교수는 "중국이 FTA를 통해 필리핀을 제외한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필리핀은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FTA 3.0 체결은 한국 기업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준다. 아세안 시장 진출 확대, 중국과의 협력 강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쟁 심화, 중국 중심 공급망 편입 가능성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FTA 3.0은 한국 기업에 아세안 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분야 협력 강화는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중국과 아세안의 공급망 협력 강화는 한국 기업에 중국 및 아세안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늘려줄 수 있다.
중국 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 확대는 한국 기업에 경쟁 심화라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FTA 3.0을 통한 중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는 한국 기업의 아세안 시장 내 입지 약화 및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기술, 브랜드 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틈새시장 공략,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현지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 편입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협력 강화, 신 남방정책 추진 등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정부는 아세안 시장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 정보 제공 등을 확대해야 한다. FTA 활용 컨설팅,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중국-아세안 FTA 3.0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한국 기업은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아세안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