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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금리, 인니·필리핀 '선제적 인하' vs 태국·말레이시아 '신중 모드'

미국 금리 인하 후 '탈동조화'...내수 부진, 환율 변동 등 국내 요인 부각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0-17 07:30

아세안 금리, 각국 사정에 따라 다른 양상 보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세안 금리, 각국 사정에 따라 다른 양상 보여.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내수 중심 경제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선 반면, 수출 주도 국가인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최근 가계 지출 둔화로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소비 심리 위축이 성장세 지속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9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84%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여력이 확대됐다. 자카르타 경제 개혁 센터의 유수프 렌디 마닐렛 경제학자는 "경제 활력이 부족하다"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필리핀 역시 8월에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경제학자 대부분이 필리핀 중앙은행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리 인하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9월 정책금리를 3%로 동결했으며, 2025년 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BMI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 축소는 말레이시아 링깃화에 대한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태국 역시 수출업계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당분간 현 수준(2.5%)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아리스 다카나이 ASEAN 경제학자는 "태국은 실질 실효 환율이 여전히 높아 수출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정책은 미국 금리 인하 이후에도 탈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이는 각국의 경제 구조, 내수 상황, 환율 변동성 등 국내 요인이 금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 상황을 우선 고려하여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선제적 금리 인하 움직임은 한국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수출 경쟁력 약화, 자본 유출 가능성, 금융 불안정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금리 인하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경쟁하는 품목, 예를 들어 자동차, 전자제품, 석유화학 등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아세안 국가들의 금리 인하는 한국에서 자본 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아세안 국가에 투자하면 한국 자본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하고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뿐만 아니라 외환 시장 변동성을 확대해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외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원자재 수출국이다. 이들 국가의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는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져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국내 물가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금리 인하가 기대만큼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아세안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對 아세안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아세안 국가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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