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높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5.0%포인트 올렸으나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물가는 목표치인 2%에 근접한 2.5%로 내려갔다고 연준이 강조한다. 연준은 이제 17, 18일(현지시각)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또는 0.5% 포인트를 내리는 '피벗(정책 전환)'을 단행한다. 금리 인하는 급격한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여전히 체감물가가 높아 가계 살림이 어렵기 때문이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3년간 고통을 안겼던 인플레이션을 금리 인상을 통해 통제했으나 널리 예상했던 경기 침체나 높은 실업 사태가 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AP는 “비록 최근에 소비자 심리가 약간 개선되고 있으나 몇몇 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미국인은 식품비, 휘발윳값, 주거비 등 생필품 가격이 2020년 팬데믹 이전보다 높다고 불만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AP는 “정책 결정권자나 이코노미스트들과 일반 미국인 간에 지난 몇 년간 경제 인식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월 말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년 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당시에 비해 4.5%포인트 내려갔고, 이는 낮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환영할 만한 이례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023년에 역사적인 물가 하락이 있었으나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은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했는지 앞으로 연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이제 물가 통제보다는 노동시장 악화를 막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AP는 불과 2년 전에 이코노미스트들은 5%포인트가 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백만 명이 실직하는 대량 실업 사태가 올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그런 전망과 달리 대체로 순항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5월에 4.0%, 6월에 4.1%, 7월에 4.3%로 꾸준히 증가했다. 7월 실업률은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미국 실업률이 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외국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됐음에도 이들이 일자리 통계에 잡히지 않은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로이터가 짚었다.
6일 나오는 노동부의 8월 고용지표에서 실업률이 다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월가가 예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8월 실업률이 4.2%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 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8월 실업률이 전달과 같은 4.3%를 기록하거나 4.2%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 ING의 크리스 터너 글로벌 시장 헤드는 실업률이 4.4%로 올라갔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태도가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컨설팅회사 매켄지가 지난달 실시한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높은 물가를 가장 우려한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미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한 응답자 비율은 34%로, 7월 초 설문 때의 26%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 비율은 같은 기간 54%에서 48%로 내려갔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미시간대학교의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 66.4에서 8월 67.9로 반등했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이후 7월까지 내림세를 지속해 왔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8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도 103.3(1985년=100 기준)으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