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인식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다양한 경제지표와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의 경제 전망이 점차 밝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심리적 현상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지표의 개선에 기반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월 26%에서 8월 34%로 증가했고, 악화하고 있다는 응답은 54%에서 48%로 감소했다. 미시간 대학의 소비자심리지수와 콘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상승세를 보여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 개선의 배경에는 실질적인 경제지표 호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2022년 7월 7.1%에서 2023년 7월 2.5%로 크게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도 1년 전 대비 13% 하락했다. 주택시장에서도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5월 7.22%에서 8월 6.35%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인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 호조와 지속적인 소비 증가도 경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국제 정세 불안정 그리고 임박한 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정치적 성향과 연관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경제지표에 대해 여당 지지자들은 긍정적으로, 야당 지지자들은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경제 전망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인식의 변화는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금융시장 그리고 연준(Fed)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할수록 현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정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 뉴스와 모닝 컨설트 여론조사 결과(8월 23일부터 27일까지 실시),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한 유권자 반응이 해리스가 트럼프 이전 우위를 좁히거나 역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의 지지율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7개 주요 경합주에서 해리스는 등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2%포인트 앞서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가 앞섰던 노스캐롤라이나에서까지 2%포인트 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민주당 후보로서는 처음 있는 놀라운 일이다. 위스콘신에서는 해리스 강세로 8%포인트 우위를 보여, 경합주에서조차 판세가 뒤바뀌거나 해리스 우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해리스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은 대선 전후에 민주당의 경제정책 방향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특히 중산층 지원, 주거비 문제 해결, 개인 부채 경감 등의 정책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경제 회복이 계속되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줄어들 수 있어 시장의 기대와 실제 정책 사이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하면, 연준은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심지어 인상할 수도 있다. 현재 연준은 경제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강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연준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과 충돌할 수 있다.
연준은 단기적 시장 반응보다 장기적 경제 안정성을 우선시하므로, 일시적 경제지표 변동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단기적 기대와 연준의 장기적 전망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지표의 개선과 소비자 심리 회복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때다.
특히 대선이 임박함에 따라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앞으로 경제 흐름은 실질적인 경제지표 개선뿐만 아니라 정치적 요인과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대선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경제 인식의 변화는 정치 지형과 시장 동향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복잡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경제지표, 정치적 변화, 연준 정책 결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이고 균형 잡힌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