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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빅테크, AI 전력난 돌파구로 '원자력' 낙점

메타·아마존 등 2040년까지 14GW 확보…"24시간 안정 전력 필수"
차세대 SMR 직접 건설 경쟁…두산에너빌리티·IHI·히타치 등 韓·日 기업도 '기회'
지난 2024년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윅에 있는 서스쿼해나 원자력 발전소 옆에 아마존 웹 서비스(AWS) 소유의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4년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윅에 있는 서스쿼해나 원자력 발전소 옆에 아마존 웹 서비스(AWS) 소유의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이른바 '빅테크'가 원자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안정된 대규모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자력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한국과 일본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메타(옛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 4사는 2040년까지 모두 1400만 킬로와트(㎾), 곧 14기가와트(GW)에 이르는 원자력 전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같은 전력 확보 규모는 현재 일본에서 가동하는 전체 원자력 발전량(1300만㎾)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원자력 회귀'의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빠른 확산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에 이르면 현재보다 130%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 때문에, 발전량이 기후에 따라 크게 변하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된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기존 원전 계약부터 SMR 직접 투자까지


빅테크의 원자력 확보 경쟁은 이미 현실이 됐다. 메타는 지난 6월 미국 전력사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장기 계약을 맺고, 2027년 6월부터 일리노이주 '클린턴 클린에너지센터' 원전의 1.1GW 용량 모두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 계약 덕분에 2027년 폐쇄 예정이던 이 원전은 운전을 계속할 발판을 마련했다. 나아가 메타는 2030년대 초까지 최대 4GW의 새 원자력(기존 및 SMR)을 확보하기 위해 따로 입찰을 진행해 이미 여러 후보지를 선정했다.

콘스텔레이션은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 재가동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하는 전력은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로 보낼 예정이다. 아마존 역시 펜실베이니아에 최소 200억 달러(약 27조 7300억 원)를 투자해 원전 가까이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효율 높은 전력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 원전의 전력을 사는 것을 넘어, 차세대 원전으로 부르는 소형모듈원전(SMR)을 직접 지으려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아마존은 미국 SMR 개발사 X-에너지의 7억 달러(약 9703억 원) 투자를 이끌었으며, 2039년까지 모두 500만㎾(5GW)가 넘는 SMR을 도입할 계획이다. 첫 사업으로 워싱턴주의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손잡고 320MW급 SMR 4기를 설치하는 안을 구체화했다. 구글은 SMR 개발사 '카이로스파워'와 세계 최초로 SMR에서 생산할 전력을 길게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2030년 첫 상업용 원자로 가동을 목표로 2035년까지 최대 500MW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엘리멘털 파워'라는 개발사에도 돈을 대어, 데이터센터에 쓸 '24시간 무중단 청정 기저전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 SMR 경쟁 본격화…韓·日 기업에도 열리는 기회

미국에서 SMR 건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도 기회가 열렸다. 원전 핵심 기자재 일괄 생산이 가능한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SMR 개발사 뉴스케일 파워에 투자한 IHI는 원자로 압력용기 같은 자신들의 첨단 기술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국 GE 버노바와 SMR을 함께 개발하는 히타치 역시 혜택을 볼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뒤 신규 원전 건설을 사실상 멈췄다. 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에는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건설이 늦어지고 비용이 늘어나, 2024년 기준 원자력 발전 비중이 18%에 머물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원자력 산업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원자력 산업 기반을 되살리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새 사업의 심사 기간을 줄이고 연방 소유 땅에 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계약, SMR 신규 건설 직접 투자 같은 빅테크의 다양한 전략과 정부 지원이 맞물리면서 미국 에너지 시장의 무게중심이 원자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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