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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구조 개편-2] 두산에너빌리티 “장남 딜레마 벗었다”

‘新100년 기업’ 첫발 뗀 두산그룹 ②
사업구조 개편안 통해 밥캣 떼어내
건설 등 그룹 위기 때마다 지원 감내
중간 지주사 역할 벗고 본업에 집중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4-07-28 11:15

두산에너빌리티 사업 구조개편 기대효과. 사진=두산에너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에너빌리티 사업 구조개편 기대효과.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지난 11일 발표한 두산그룹의 ‘사업 및 지배 구조 개편안’의 최대 성과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장남 딜레마’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랜트 공급 업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의 3대 핵심 사업 부문 가운데 하나인 ‘클린에너지(Clean Energy)’ 부문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기존 존속법인과 두산밥캣의 지분과 차입금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킨다.

이로써 두산에너빌리티는 형제 계열사들의 부양의무에서 벗어나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존 현재 순차입금 규모는 총 2조8000억원이다. 여기서 두산밥캣 차입금을 두산로보틱스에 이관하고 두산큐벡스 등 비핵심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순차입금을 1조6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차입금 감소에 따라, 상각전 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은 2.1배에서 3.2배로 개선돼 연간 금융비용을 660억원을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면서 4800억~7800억원 수준의 차입 한도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원자력과 가스터빈 등 미래 성장동력의 조가 투자를 활성화할 할 수 있으며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힘을 쓸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개편안의 최대 수혜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그룹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최근의 상황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탈원전 정책과 화석연료 화력발전 퇴출 움직임으로 인해 사업이 심각한 수준까지 위축되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한민국 정부의 체코 원자력발전 수주를 통해 원전 수출 드라이브를 재가동했다. 어려운 회사 상황 속에서도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미래 신사업으로 가스터빈 부문의 경쟁력도 키워내 성과를 거두는 등 부활을 위한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은 발주처로부터 일감을 따내 제품을 개발‧제조한 뒤 공급하는 ‘수주 사업’이다. 수주 사업의 대금은 거액이기 때문에 일감을 따내자마자 받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공사 기간에 맞춰 일정 비율로 나눠 받는 방식을 취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사업장 운영비용과 완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부분품‧원재료 등의 구매비용도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기 이전에 자체 조달해야 하는 일도 있다. 수주 사업이 제조업이면서도 금융업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일감이 넘칠 때는 이러한 비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사업 환경은 아무리 정상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키우는 금융 면에서의 여력을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
심지어 최근 수년간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업의 위축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업은 다시 커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낮춰진 금융 능력에 발목이 잡히면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개편안이 성사되면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력(SMR) 등 원자력 부문의 설비 및 기술에 중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2027년까지 SMR 파운드리(SMR 수탁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또한 대형 가스터빈 제조에 이어 가스터빈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수주 물량 확대에 따라 생산 규모도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계획 대비 10.5%의 외형적 성장을 달성하고, 고마진 성장 사업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중기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효과. 사진=두산에너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에너빌리티 중기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효과.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사실, 두산그룹으로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이 담보되어야만 그룹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발전설비와 담수 설비를 취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00년 합병된 뒤 두산그룹이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 또한 절대적이다. 두산그룹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산총액은 약 13조6846억원, 매출액 약 6조6519억원, 영업이익 약 4549억원으로, 같은 해 그룹 전체 자산총액(약 26조9599억원)의 50.8%, 매출액(약 10조3705억원)의 64.1%, 영업이익(약 8788억원)의 51.8%를 차지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최대이자 사실상 국내 유일의 종합 중공업 업체이다. 특히, 화력발전과 이를 바탕으로 키워낸 해수 담수화 설비에 더해 한국형 원자력 발전기를 기반으로 한 원자력 발전기 개발‧제조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주도했다.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거쳐 2020년 HD현대에 매각해 현 HD현대인프라코어)와 2007년 미국 밥캣 등의 인수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2006년 영국 미쓰이 밥 콕 및 루마니아 크배르너IMGB 인수 후 2010년 유럽 자회사 두산파워시스템을 설립하고, 2016년 미국 원에너지 시스템즈를 인수하는 등 발전 부문 해외 기업들도 연이어 인수함으로써 발전 사업의 내실을 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의 간판이자 장남을 이용하여 충분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의 어려움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몫도 두산에너빌리티가 감내해야 했다.

2009년 대한민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로 기세를 올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전력인프라 투자가 정체되는 등 신규 수주가 난항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두산그룹 내부에서 위기가 발생했는데 모태 계열사 가운데 하나였던 두산건설의 부실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투자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에 2조원대에 이르는 유상증자와 현물출자를 단행하며 등 생존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산건설의 상장 폐지에 이어 회사 지분 100%를 흡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여기에 정부는 탈원전 정책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석탄 화력발전 퇴출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양대 사업이 모두 숨통이 막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더군다나, 모 그룹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밥캣의 지분을 인수해 현재의 지배 구조 체제가 됐다. 두산밥캣 지분 인수는 다시 말해 최초 인수 당시 5조원대에 달했던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입금을 떠안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 전체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장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두산그룹 측은 “이번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 중간 지주사 역할에서 벗어나 자회사인 두산퓨얼셀과 함께 본연의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는 체제를 마련했다”라면서, “회사 별도 기준 자체 실적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이를 성장 및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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