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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연준 FOMC 빅컷 금리인하 "그 다음이 문제" … 필립스 곡선의 충고

김대호 연구소장

기사입력 : 2024-09-18 07:24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추석 때는 모든 것이 풍성하다는 뜻이다. 이번 추석 때는 "금리인하"라는 미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큰 선물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은 9월 17일과 18일 연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FOMC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은 2000년 3월 16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씩 내렸다. 이른바 매머드 컷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 연준 FOMC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다음부터는 계속 금리인상을 단행해왔다.

미국 연준은 이후 코로나 때 풀린 돈이 물가를 위협하자 인플레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왔다. 그 바람에 지금 미국 기준금리는 무려 5.5%다. 2000년 3월 16일 금리인하 조치 당시의 기준금리 0.25%보다 5%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비율로는 무려 10배나 폭등해 있다. 계속 높아져 왔던 미국 기준금리가 올 추석을 기점으로 드디어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높은 금리 때문에 신음해왔던 많은 경제주체들로서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뉴욕증시는 물론 코스피·코스닥, 달러환율·국채금리·국제유가·금값 그리고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상품이 추석 시즌에 나올 파월의 금리인하 선물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 연준 FOMC의 결정은 한국 시간 9월 19일 새벽 3시에 발표된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밤에 FOMC발 파월의 추석 선물이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 세계의 경제전문가들이 9월 19일 새벽 연준 FOMC의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것은 작금의 미국 경제 상황이 더는 고금리를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의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바로 고용이다.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들이 잇달아 모집 감축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실업률이 4.3%까지 올랐다. 신규 일자리 수는 평소의 월평균 30만~40만에서 10만대 초반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연준이 2022년 3월 17일 이후 무려 11차례나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던 근본 이유는 인플레 퇴치에 있었다. 코로나 때 많이 풀린 돈이 유동성 과잉으로 물가를 자극하자 인플레를 잡는다며 계속 금리를 올려왔던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출을 억제하게 된다. 그 결과로 물가 고삐가 잡힐 수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즉 CPI는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로 연 2.6% 선으로 떨어져 있다. CPI가 한때 9.5%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내려온 것이다. 그래도 연준의 억제 목표인 2%보다는 여전히 높다.
물가 측면만 고려한다면 연준으로서는 앞으로도 금리를 더 인상하거나 최소한 현재의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고용이다. 물가를 잡느라고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경기침체 또는 디플레가 올 수 있다.

경제학을 흔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예술'로 부른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마리 토끼가 바로 물가와 성장이다. 토끼는 누군가 자신들을 잡으러 들면 본능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난다. 토끼 나름의 생존 비법이다. 보통의 사냥꾼은 둘 중 하나는 포기하고 나머지 하나에 집중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가는 둘 다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는 경제학에서 모두 중요하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 중에서 한 마리라도 놓치면 경제는 무너진다. 물가와 성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처럼 상충관계에 있다. 물가를 잡으면 성장이 무너지고, 성장에 치중하면 물가가 흔들리는 속성이 있어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아내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숙명이다.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도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아내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동시 사냥해야 하는 경제학적 근거는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 곡선 이론이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상충한다는 경제학의 오랜 가설이다. 미국의 연준과 한국은행 등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로 이 필립스 곡선에 근거해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립스 곡선에 따른 고용과 물가 사이에 이상적 조합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연준과 한국은행 등 이른바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필립스 곡선 이론은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필립스(A. W. Phillips)가 1958년에 처음 발표했다. 필립스 곡선 이론의 핵심은 "임금변화율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필립스의 이론을 경제학자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Robert Solow) 교수가 더 발전시켰다.

새뮤얼슨과 솔로 교수는 1960년 세계적인 경제 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에서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역의 관계가 실증적으로 성립함을 밝혔다. 새뮤얼슨과 솔로 교수는 그 관계를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라고 이름 지었다.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간에 상반관계(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나타내는 곡선이다. 그래프의 세로축에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 가로축에 실업률을 두면 우하향하는 곡선이 되는데, 이는 여러 나라의 시대별 자료에 대한 실증 연구를 통해 명목 임금상승률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반비례 관계임을 보여준다. 필립스 곡선은 물가 상승과 실업 사이에는 엄중한 상충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사이에 역의 관계가 성립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실업자가 증가하면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된다.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상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다. 근로자 역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힘들다. 그 메커니즘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다. 그 반대로 실업자가 감소하는 시기에는 경기가 활발하므로 상품 가격과 임금이 오른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연준 FOMC가 올 추석 때 금리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두 마리 토끼 중 물가는 어느 정도 잡은 반면 고용이라는 토끼가 멀리 달아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순간 뉴욕증시의 관심은 연준 FOMC의 금리인하 폭에 맞추어져 있다. 제롬 파월이 가져올 금리인하란 추석 선물이 0.25%의 베이식 컷이냐 아니면 0.5%의 빅컷이냐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9월 이후 계속 금리인하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이어갈지도 변수다. 그 답은 필립스 곡선 속에 담겨 있다. 필립스 곡선의 양대 축인 고용과 물가 중 어느 쪽이 시장 균형에서 더 멀어져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제롬 파월의 선택을 미리 알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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