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HBM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미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와 닛케이 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5년까지 HBM 시장 점유율을 현재 D램 시장 점유율(23~25%) 수준인 '20% 중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아이다호 본사에 HBM 연구·개발(R&D) 및 시험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말레이시아에도 신규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마이크론의 HBM 생산은 주로 대만 타이중에서 이뤄지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 반도체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셋에도 HBM이 탑재됐다. 현재 HBM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뿐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와 함께 엔비디아의 H200 라인 AI 칩에 탑재될 HBM3E 생산 승인을 이미 받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아직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재는 HBM3 및 HBM2E를 AMD, 구글, 아마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2.4%, 마이크론 7.6% 순이다.
모건스탠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세계 최고의 AI 컴퓨팅 칩 공급업체이자 2024년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 칩의 최대 구매업체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이 모두 '우수한' 파트너이며, 가능한 한 빨리 삼성을 공급업체로 인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HBM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스(CXMT)도 HBM 자체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이번 생산 확대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