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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위기, 일본 기업문화 자체의 문제

이용수 기자

기사입력 : 2024-02-05 07:00

고개 숙여 사과하는 日토요타 회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고개 숙여 사과하는 日토요타 회장. 사진=연합뉴스
토요타가 연일 품질인증 부정 문제를 일으키면서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장인정신’에서 실적 우선주의로 바뀐 일본 기업문화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뿌리 깊은 일본 제조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모처럼 호조인 일본 수출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다.

지난달 30일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린 토요타그룹 비전 설명회에서 토요타 아키오 회장(60)은 “품질인증 부정으로 고객의 신뢰를 배신하고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며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와 우선순위를 혼동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일 벌어진 품질인증 부정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초 토요타의 신년 비전 발표회는 회장의 생일인 14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품질 부정 문제가 연이어 나오자 일정을 앞당겼다.

올해 비전 발표회는 경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토요타가 지난해 자동차 1123만 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매년 세계 판매 1위를 다투는 독일 폭스바겐의 924만 대보다 약 200만 대 많을 뿐 아니라 과거 토요타 최다 판매량인 2019년 1074만 대를 웃돈 수치다.

당연히 고무적인 분위기의 발표회가 될 예정이었지만, 자회사인 히노자동차에 다이하쓰의 품질 부정뿐만 아니라 본사에 핵심 부품인 엔진을 직접 납품하는 자회사이자 그룹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토요타자동직기의 엔진 인증 부정 문제까지 터져 나오면서 세계 1위 등극은 빛바랜 발표가 되었다. 자회사뿐만 아니라 총본산마저도 부정행위에 만연하다는 것은 작지 않은 충격이다.
명실공히 세계 자동차 시장 1위 기업이자 일본 제조업계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토요타의 부정행위가 만천하에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일본 제조업의 만연한 실적 우선주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비판하고 있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제조문화)로 대변되던 신뢰의 일본 제조업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도 허상이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효율 경영’이 ‘실적 우선주의’로 둔갑되어 품질을 우선하지 않고 무조건 빠르게 목표치를 달성하는 문화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에 있다. 토요타는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그에 따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토요타 생산방식(TPS)’을 채용해 높은 생산 효율을 자랑해 왔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제조를 하기 때문에 재고가 최대한 남지 않으며, 그만큼 효율도 높고 또 제품에 대한 품질도 보장된다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 납품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고자 자회사들과 계열사들에 빠른 납품과 출고를 다그치면서 양산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원래 TPS작업 방식은 생산라인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곧바로 멈춘 뒤 불량품을 점검하는 ‘안돈’ 시스템을 거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 내부 조사 보고서 자회사 직원들은 “생산 시작 일정을 늦추면 회사에 피해가 된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라든가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지만 말해봤자 들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등의 증언을 했다.

또 토요타가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대 생산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밀어붙이기 경영’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창업주 가문 4세인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을 경우 가차 없이 임원들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고압적인 자세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유례없는 수출기업의 호황 속에서 토요타가 세계 1위를 굳히기 위해 안전 시스템을 무시하고 실적만 우선했다는 지적이다. 토요타가 치중하지 않은 EV 시장이 커지자 이에 대한 위기의식도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토요타와 같이 앞만 보고 실적 우선주의를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일본 제조업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토요다 회장은 “현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업문화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하고 올해 10% 생산량 저하를 감수하면서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과거의 신뢰를 뒤로한 일본 제조업계의 신화가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이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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