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9회를 맞이한 국내 최대 게임 행사 '지스타 2023'에선 게임 업계 '큰형님'들의 복귀가 주목받았다. 엔씨소프트(NC)는 8년 만에, 스마일게이트는 9년 만에 단독 전시 부스를 열고 자사 차기작을 소개했다.
이처럼 행사 참가와 기대의 신작이 대거 공개되자 각 게임사 대표 등 경영진들도 현장을 방문해 향후 지향점과 목표 등의 발언을 남겼다.
26년 동안 NC를 이끌고 있는 창립자 김택진 대표는 현장을 찾아 "지난 8년간 지스타에 참여하진 않았어도 행사는 계속 지켜봤다"며 "새로운 세대의 고객들이 들어오고, 서브컬처 등의 장르가 주류에 편입되는 등 게임 시장이 나날이 바뀌는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NC는 그간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 성인 게이머들을 위한 MMORPG를 주력으로 선보여 온 게임사였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에선 오픈월드 슈팅 게임 'LLL(가칭)',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 'BSS', 캐주얼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택진 대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가 바뀌고 있는 만큼 플랫폼, 장르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지스타를 통해 게임 개발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를 맡은 위메이드는 오히려 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게임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자동 전투를 지원하는데, NC가 지스타 개막 전 "차기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에는 자동 전투 기능을 배제할 계획"이라 밝힌 것과 대조된다.
장현국 대표는 지스타 기자 간담회에서 이에 관한 질문에 "시장에는 다양한 게이머들의 수요가 있고 여기에는 엄연히 'K- MMORPG'도 포함된다"며 "그 공식을 지키는 것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는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어울리는 방식대로 가되 그것이 취향에 맞지 않는 이용자들에겐 다른 게임을 선보이는 식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무조건 자동 사냥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021년 코스피에 상장한 게임계의 신성 크래프톤 역시 지스타에서 '다양성'을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매년 자사 대표작 '펍지: 배틀그라운드(배그)' 게임 행사를 진행해왔으나, 이번 지스타에선 배그 IP를 활용한 굿즈 브랜드 '샵백(#100)'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던전 탐험형 생존 게임 '다크 앤 다커 모바일', 고품질 3D 그래픽 기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선보였다. 특히 인조이는 현장에서의 열기는 물론 사전에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 영상이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6일만에 4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 부스를 찾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게임, 다양한 요소를 융합하는 게임 등 다각도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크리에이티브(창조성)을 발굴,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게임계의 주류 장르인 온라인 게임은 흔히 서비스 개시보다 라이브 운영,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일게이트RPG의 금강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지스타 콘퍼런스(G-CON) 기조 연설을 맡아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이번 지스타에서 자사 대표작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시연했다. 원작 로스트아크는 현재 국내에서 개발사와 이용자들 사이 유대가 가장 끈끈한 게임으로 손꼽힌다. 전시 부스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모여 후속작을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금 CCO는 "우리에게 '소통의 기술'을 묻는 업계인들이 적지 않은데 소통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진심"이라며 "내가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왜 불만을 갖는지 아는 것이 우선이며 그런 마음 없이 이뤄지는 소통이나 사과는 이용자들이 다 눈치챈다"고 역설했다.
그는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와 함께하면 밤새도록 수다를 떨어도 전혀 힘들지 않다"며 "이용자들과의 소통 또한 이와 같이 진심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성공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게임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