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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장 폐쇄 6배 폭증…화학산업 생산 3700만t 증발, 일자리 2만 개 소멸

2022년 이후 공장 폐쇄 6배 급증…신규 투자는 9분의 1로 추락
앤트워프 선언 2주년, EU 집행위 이행률 17%에 그쳐
"유럽, 기존 생산 잃는 동시에 미래 생산 능력도 못 쌓는다“
유럽에서 화학공장이 문을 닫는 속도가 2022년 이후 여섯 배나 빨라졌고. 같은 기간 새 투자는 9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유럽 화학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에서 화학공장이 문을 닫는 속도가 2022년 이후 여섯 배나 빨라졌고. 같은 기간 새 투자는 9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유럽 화학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에서 화학공장이 문을 닫는 속도가 2022년 이후 여섯 배나 빨라졌다. 같은 기간 새 투자는 9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유럽 화학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폴란드 화학산업협회(PIPC) 대표 토마시 지엘린스키(Tomasz Zielinski)는 폴란드 통신사 PAP를 통해 지난 18일(현지시각) "유럽이 기존 생산 시설을 잃는 속도를 신규 투자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유럽화학산업협의회(CEFIC)가 경영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Roland Berger)에 의뢰해 2026년 1월 28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공개한 '유럽 화학공장 폐쇄·투자 레이더 2022~2025(European Chemical Closures & Investments Radar 2022–2025)' 보고서에 근거한다.

2022년 이후 공장 폐쇄 6배 급증…신규 투자는 9분의 1로 추락

CEFIC·롤랜드버거 보고서는 2022년 이후 유럽 화학산업에서 누적 3700만t의 생산 능력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전체 유럽 화학산업 생산 능력의 약 9%다. 직접 일자리 2만 개가 함께 사라졌고, 롤랜드버거는 공급망 연쇄 효과를 고려할 때 간접 일자리 8만9000개도 위협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부문이 전체 폐쇄 용량의 48%를 차지하고, 그 절반은 스팀 크래커 9기의 가동 중단에서 비롯됐다. 나라별로는 독일이 전체 폐쇄 용량의 25%, 네덜란드가 20%를 각각 차지했다.

새 투자도 사실상 끊겼다. 새로 들어서는 생산 시설의 연간 예상 생산 능력은 2022년 약 270만t에서 2025년에는 약 30만t으로 줄었다. 9분의 1 수준이다. 폐쇄 속도가 빨라지는 동안 새 투자는 거의 0에 가까워진 것이다.

CEFIC 사무총장 마르코 멘신크(Marco Mensink)는 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더 이상 마지막 5분 전인지 후인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 폐쇄 속도는 1년 만에 두 배로 빨라졌고 연간 투자는 반 토막이 나 사실상 0에 가까워지고 있다. 두 방향 모두에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안에 공장 현장에서 실질적 영향이 나타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엘린스키 대표는 "날마다, 주마다 EU 역외에서 더 싼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밀려들어온다. 기후 정책 비용을 지지 않는 제품들이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계속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앤트워프 선언 2주년, EU 집행위 이행률 17%에 그쳐


이 같은 위기의 뿌리는 2년째 이어지는 정책 공백에 있다. 지난해 2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화학·철강·시멘트·제약·섬유 등 20개 가까운 산업 분야 73개 기업 대표들이 '앤트워프 선언'에 서명했다.

이들이 대표하는 노동자만 780만 명이었다. 선언에는 원자재 수급 안보 강화, 혁신 생태계 조성, 저렴하고 저탄소인 에너지 공급 보장 등 열 가지 요구가 담겼다.

그러나 지난 18일(현지시각) 지엘린스키 대표는 PAP에 "EU 집행위가 앤트워프 선언 핵심 과제의 약 83%를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언 2주년인 2026년 2월 11일(현지시각) 앤트워프에서는 '유럽 산업 정상회의 2026(European Industry Summit 2026)'이 열렸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과 약 500명의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고, 벨기에·네덜란드 총리, 독일·오스트리아 총리, 프랑스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엘린스키 대표는 "이처럼 높은 의사결정 수준에서 여러 나라가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EU 집행위에 구체적이고 빠른 행동을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화학산업 행동 계획(Chemical Industry Action Plan),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 규정(REACH), 탄소배출권거래제(EU ETS) 개정 등 기존에 예고한 정책들을 거론했다.

EU ETS 개정은 올여름 착수 예정이다. 지엘린스키 대표는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재정 지원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럽, 기존 생산 잃는 동시에 미래 생산 능력도 못 쌓는다“


올해 들어 EU 집행위는 두 가지 새 이니셔티브를 내놓았다. 하나는 올해 1월 중순 출범한 '핵심 화학물질 동맹(Critical Chemicals Alliance)'으로, 방산·의약·식품 생산 등과 연계된 화학물질 가운데 EU가 전략적으로 보호해야 할 원료와 최종 제품을 정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PIPC는 무역 분야 실무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하나인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은 EU가 자체 생산을 어떤 방식과 범위로 지원할지 구체적 설계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지엘린스키 대표는 유럽이 화학산업에서 중국을 25년 전처럼 다시 앞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나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술 투자를 생각하려면 먼저 버텨야 하는데, 지금 유럽 산업은 생존 자체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멘신크 사무총장도 "화학산업이 무너지면 자동차·전자·농업·에너지 전환 전체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며 "화학 공장은 한 번 문을 닫으면 되살리기 어렵고, 숙련 인력과 공급망도 함께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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