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목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정 공방을 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사 인수 전략 계획이 대중에 공개됐다. 나이언틱과 세가, 이오(IO) 인터랙티브 등 유수의 게임사들이 MS의 '인수 대상' 물망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MS는 앞서 지난달 22일과 23일, 26일부터 2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에서 FTC와 맞붙었다. FTC는 이에 앞서 지난 12일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계약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IT 전문지 더 버지와 이매진게임네트웍스(IGN)는 이러한 법정 다툼 와중에 입수한 MS 측의 전략 계획서와 이메일 자료 등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MS가 지난 몇 해 동안 인수를 심도 있게 고려했던 이른바 '9개 유력 인수 대상'이 좁혀졌다.
구체적으로 △미국 게임사 '나이언틱', '번지 소프트웨어', '슈퍼자이언트 게임스', '스코플리', '징가' △유럽 게임사 '썬더풀', '플레이릭스', 'IO 인터랙티브' 등 8개 업체가 유력 후보로 꼽혔으며 이 외에도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 대표가 사티아 나델라 대표에게 세가의 인수를 적극 추천했다.
미국 재판부는 공판이 마무리된 후 판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IGN은 "만약 MS가 이번 공판에서 패소하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좌절된다면, 이를 대체할 다른 게임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된 9개 게임사 중 번지 소프트웨어와 스코플리, 징가는 각각 소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 PIF(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 테이크투 인터랙티브(T2)가 최근 인수한 만큼, MS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있어 중요하게 언급한 것은 의외로 액티비전도, 블리자드도 아닌 킹이다. 영국 소재 게임사 킹은 모바일 퍼즐 게임 '캔디크러쉬사가' 시리즈로 유명한 업체로, MS는 이들을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새로이 개척하는 것은 물론 구글·애플 등 앱스토어사와 겨루는 것을 복안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MS가 군침을 흘릴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플레이릭스와 나이언틱이다. 우선 플레이릭스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모바일 캐주얼 퍼즐 게임 '꿈의 정원(Gardenscapes)', '꿈의 집(Homescapes)' 등 꿈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사다.
나이언틱은 세계 최고의 모바일 AR(증강현실) 게임으로 꼽히는 '포켓몬 고' 개발사다. 최근 회사 전체 직원의 2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약 230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인수를 고려하는 입장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다만 두 게임사 모두 실제로 인수를 추진하기엔 걸림돌이 많다. 플레이릭스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계 게임사로 정부 차원의 거센 반대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나이언틱은 '포켓몬 고' 외에도 '피크민 블룸' 등 닌텐도 IP 기반 게임을 개발해온 '친 닌텐도' 회사로, 이들을 향한 인수 시도는 닌텐도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GN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좌절된 경우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앞서 언급한 회사들은 물론 슈퍼자이언트·썬더풀·IO 인터랙티브 등도 거론하지 않았다.
썬더풀의 대표작 '스팀월드' 시리즈는 그간 닌텐도 콘솔 기기를 최초 출시 플랫폼으로 선택해왔다. 슈퍼자이언트의 대표작인 '하데스'와 '배스천(Bastion)'는 PC 게임으로 유명하다. IO의 대표작 '히트맨'은 콘솔과 PS 모두에 출시돼왔는데, IGN은 이들 모두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비교하기엔 매력도가 낮은 회사로 판단한 듯 보인다.
IGN이 실제로 지목한 후보는 프랑스의 유비소프트, 일본의 스퀘어에닉스와 캡콤이다. 이들 중 유비소프트는 지난해 9월 텐센트로부터 3억유로(약 4250억원)대 지분 투자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일본 게임사를 향한 인수 시도가 유력할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게임사 인수는 엑스박스(Xbox)의 라이벌인 플레이스테이션(PS)의 모회사 소니의 안방에 거점을 마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 시장을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도 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0월 "MS가 중국 개발사를 타깃으로 전담 팀을 구성했으며, 거금을 들여 게임사를 인수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MS가 이러한 행보에 나선 원인으로는 아시아 게임 시장 거점 확보 외에도 중국의 메가톤급 히트작 '원신'이 콘솔기기 중 PS로만 출시됐다는 점 등이 지목됐다.
IGN 측은 "MS가 FTC를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은 낮지 않지만, 만약 패소한다 해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자금 687억달러(약 89조원)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진 않을 것"이라며 "재판부가 어떻게 판결을 내리건, MS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