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회사 편입을 앞둔 게임사 액티비전의 핵심 IP '콜 오브 듀티'를 10년 동안 닌텐도 콘솔기기에 공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소니에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1개월만이다.
필 스펜서 MS 게임 사업부 대표는 현지시각 7일, SNS를 통해 "당사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 10년간 닌텐도의 콘솔 플랫폼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또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도 변함 없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표했다.
MS의 이같은 발표는 콘솔 게임계 제1의 라이벌 소니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MS는 지난달 11일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 측의 콘솔기기 플레이스테이션(PS)에 향후 10년 동안 '콜 오브 듀티'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계약을 제시했다.
현대전쟁을 테마로 한 1인칭 슈팅(FPS)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03년 역사가 시작됐다. 특히 FPS 게임의 핵심시장인 서구권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게임 IP다. 시리즈 내 대표작 '모던 워페어' 3부작은 탄탄한 서사성을 갖춘 캠페인을 바탕으로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소니 PS 플랫폼의 주요 수입원으로 꼽힌다. 일례로 지난해 PS 게임 타이틀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콜 오브 듀티: 뱅가드'였다. 이 때문에 올 1월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MS가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후 소니IE는 MS 게임사업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니는 지난 8월 브라질 규제당국에 "콜 오브 듀티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게임 IP"라는 입장문을 제출했다. 이번 인수가 게임계 독과점 등 불공정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MS는 즉각 "소니가 게임패스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서비스 독점' 비용을 지불한 전례가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또 같은 달 말 소니IE가 플레이스테이션 판매가 인상을 결정하자 MS는 즉각 "엑스박스 콘솔기기의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 다음달인 9월에는 짐 라이언 소니IE 대표가 영국 매체 '게임 인더스트리'와 인터뷰서 "MS가 '콜 오브 듀티' 퍼블리셔 계약을 논의하던 중 부당 조항을 포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현재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의 심의를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세르비아는 인수 계약을 승인했으나 미국 연방 정부와 유럽 연합(EU) 등은 이번 인수를 보다 심층 조사하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말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번 인수를 시장 독점 행위로 규정해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