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직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반 노동조합' 로펌을 선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캘리포니아 주 공정고용주택국(DFEH)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성희롱, 성차별을 일삼는 사내 문화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로스엔젤레스(LA) 고등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직원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현지시각 27일부터 파업에 나섰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날 블리자드 본사 앞 파업에 350명 이상의 직원이 동참했다.
그 외 '평등을 위한 파업' 공개 선언문에 서명한 이는 2600명을 돌파했으며, 블리자드 외부에서도 많은 이들이 온라인 해시 태그(#ActiBlizzWalkout)를 SNS에 달아 이번 파업에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 악시오스(Axios) 보도에 따르면, 유비소프트 직원 약 500명이 블리자드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문에 참여했다. 유비소프트 역시 지난해 임원들이 성희롱 등을 문제로 퇴출한 뒤 지난달 17일 프랑스 IT 노조와 소송전을 벌이기 시작하는 등 '성추문'에 휩싸인 게임사다.
이러한 성추문 사태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노동 조합'을 도입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블리자드 대표작 '디아블로' 제작에 참여했던 제프 스트레인(Jeff Strain) 개발자는 "이렇게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대우를 방지하는 근본 해결책은 노동 조합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파업이 일어난 당일 "우리의 초기 대응은 실패했으며, 적절한 공감과 이해를 표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공개했다.
아울러 바비 코틱 CEO는 로펌 '윌머헤일(WilmerHale)'을 고용해 이번 사태와 관한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윌머헤일이 과거 '반 노조' 활동을 벌였다는 점으로 인해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일어났다.
미국 매체 '타임'은 "윌머헤일이 반 노조 로펌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게임 전문지 '코타쿠'는 "과거 아마존과 협업하며 앨라배마 주 노동 조합 설립을 방해하는 등 반 노조 활동을 벌인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게임 전문지 '더 게이머'도 "윌머헤일은 공식적으로 '노조 인식·회피(union awareness and avoidance)'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며 "내부고발자를 해고하거나 그들을 상대로 사측 변호를 맡는 것으로 유명한 로펌"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변인은 "차별·괴롭힘에 대한 직원 불만 사항을 조사하고 기업 문화에 대한 내부 조사 및 기밀 검토를 수행하는 데 윌머헤일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발표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