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 약 2600여 명이 최근 있었던 '성추문' 사태에 관해 사측을 규탄하며 현지 시각 28일 파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 전문 매체 '블리자드 워치'는 현지 시각 27일 12시, 블리자드 직원 약 2600명이 '평등을 위한 파업' 공개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평등을 위한 파업' 주최측은 50명 이상의 직원들이 현지 시각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블리자드 본사 앞에 모여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블리자드 직원 외 약 1000명이 서명과 무관하게 온라인으로 이번 파업을 지지할 예정이며, 서명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직원들도 이 시간동안 업무에 참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 20일 캘리포니아 주 공정고용주택국(DFEH)과 법정 공방을 시작했다. DFEH는 블리자드가 성희롱, 성차별을 일삼는 사내 문화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로스엔젤레스(LA) 고등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프랜시스 타운센드(Frances Townsend) 액티비전 블리자드 부사장은 23일 "DEFH의 고소장은 사실무근이며 우리 회사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는 내부 성명문을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배포했으나, 이것이 역효과를 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사브리나 브로건(Sabrina Brogan) 액티비전 블리자드 네트워크 국제부 소속 직원은 타운센드 부사장의 내부 성명문이 나온 다음 날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말을 남기고 퇴사했다.
과거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근무했던 카일라 글로버(Kayla Glover)는 "타운센드 부사장은 액티비전 측에서만 5개월 가량 근무한 인사"라며 "블리자드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여성 임원을 내세워 다른 여성 직원들을 폄하하려는 뻔뻔한 수작"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블리자드 직원들 중 일부는 이미 파업을 시작했다. 제레미 피젤(Jeremy Feasel)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수석 게임 디자이너는 지난 24일 "직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경영진을 더는 따를 수 없다"며 20여 명의 부하직원들과 함께 파업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어 제프 해밀턴(Jeff Jamilton) WoW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는 25일 "최근 이슈가 터진 후 WoW 개발 작업이 거의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개발자, 주주, 이용자들 모두가 손해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2018년까지 '하스스톤' 팀을 총괄한 후 퇴사한 벤 브로드(Ben Brode) 디렉터는 "몇 년 전 한 동료가 나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으나, 정식 절차를 밟는 것을 두려워해 이 사실을 신고하지 못했다"며 "아직도 그 행동이 옳았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전직 블리자드 임원 크리스 멧젠(Chris Metzen), 마이크 모하임(Mike Morhaime) 등은 "이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부당함을 겪은 모든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