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31일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04.8원, 산업용 전기요금은 105.8원으로 계산됐다.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kWh당 약 1원 더 비싼 셈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비싸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요금보다 비싸진 이유는 산업용 요금이 올라서라기보다 주택용 요금이 꾸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5~107원대로 사실상 동결돼 왔다.
반면에 2014년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kWh당 약 27원 비쌌던 주택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누진제 완화 등으로 꾸준히 인하돼 지난해 처음 산업용 요금 아래로 낮아졌다.
산업용 전기는 철강,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대량 공급할 뿐 아니라 밤낮없이 꾸준히 사용되기 때문에 원전 등 생산단가가 싼 기저발전의 활용도가 높아 원가가 저렴하다.
주택용 전기는 소량으로 각 가정에 공급하기에 송배전 시설 설치와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혹서기 등 특정 시간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싼 가스발전을 활용하는 등 원가가 산업용보다 비싸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40~70% 수준을 유지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0년대 초까지는 주택용 요금의 60~70%대를 유지했다.
한전은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비싼 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4년 이후 동결됐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8년 기준 1메가와트시(MWh)당 100.3달러로 OECD 국가 평균 106.5달러보다 저렴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절대가격 수준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주택용 요금보다 비싸졌다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한전의 의지와 반대로 원가에 반하는 요금체계가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연세대 양준모 교수(경제학과)는 "원전 등 기저발전 활용도가 높아 전력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비싸졌다는 것은 생산 원가, 기업경쟁력 제고 등 모든 측면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탈원전, 태양광 보조금 등 정책상 이유로 한전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를 무시한 채 산업용 요금은 그대로 두고 주택용 요금만 내리고 있는 것은 선거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