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사방송사들과의 친밀도를 높여가면서 국내 OTT 시장에도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다. OTT를 운영하는 이통사들의 경우 더욱 그 분위기가 남다르다. 국내 최대 OTT로 꼽히는 SKT·지상파3사의 '웨이브'는 국내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범아시아 시장까지 아우르는 OTT로의 성장을 예고했다. 아울러 28일 이통사 KT 역시 '시즌'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모바일 OTT서비스를 새단장한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JTBC와 3년에 이르는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내년 상반기께 나올 JTBC의 주요 시청시간대 드라마 콘텐츠 일부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방영되게 된다. 내년부터 3년동안 두 기업은 최소 20편 이상의 드라마 공동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협업할 계획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21일 CJ ENM과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 계약을 체결했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3년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혹은 자체 제작한 드라마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유통하는 식으로 콘텐츠 제작·유통 협업을 약속했다. CJ ENM은 1년 내로 넷플릭스에게 주식 4.99% 가량을 매각하게 된다. 게다가 현재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IPTV 플랫폼에 넷플릭스 플랫폼을 도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한국 시장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콘텐츠 제작사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부대행사 '문화혁신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한국의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창작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관객의 마음을 이끄는 진정성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행보를 비롯해 국내 OTT 시장 역시 더욱 치열한 경쟁과 빠른 변화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전격 행보에 SKT 역시 아시아 시장 진출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정호 SKT 사장은 헤이스팅스 CEO와 마찬가지로 25일 문화혁신포럼 연단에 섰다. 이날 그는 SKT와 지상파3사의 통합 OTT '웨이브'의 아시아 진출을 예고했다. 박 사장은 "한국의 ‘웨이브’를 아시아의 ‘웨이브’로 만들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면서 "아시아 전체 250여 개의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힘드니,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하나의 팀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의 일환으로 자본 투자, 기술협력 콘텐츠 제작 역량 제고를 위한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KT 역시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OTT 새단장을 예고했다. 오는 28일 KT는 '시즌(Seezen)'이라는 이름으로 OTT 플랫폼의 개편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올레tv모바일'에서 제공한 서비스에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포함한 OTT 강화 전략들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21년께 국내 출시를 예고한 디즈니+는 국내 OTT 시장의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가 이통사로는 LG유플러스, 콘텐츠 제작사로는 CJ ENM, JTBC 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디즈니 역시 다른 이통사나 제작사와의 제휴를 위한 물밑작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호 SKT 사장은 지난 6월 5G+ 전략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와의 협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그 이후에도 수 차례 디즈니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해왔다. KT 역시 "국내외 모든 파트너사와의 협업은 현재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전체 OTT기업들에게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한류 콘텐츠 수급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디즈니가 한국과 아시아 시장 전략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국내 통신사들을 비롯해 OTT사업자,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제휴 타진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