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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의 N잡탐구] '병가 없는 워라밸' 공허…구직 기준 변했지만, 제도는 제자리


HR테크 엣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81%가 채용 기회 평가 시 '원격근무 옵션'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미지=챗GPT이미지 확대보기
HR테크 엣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81%가 채용 기회 평가 시 '원격근무 옵션'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미지=챗GPT

'어디서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일하고 사느냐'가 구직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30대 구직자의 36.6%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기업'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이는 '월급'(29.6%)보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HR 솔루션 기업 맨파워그룹(ManpowerGroup)의 '2025 글로벌 인재 지표'에서도 "근로자의 48%가 급여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근무 조건에 대한 우선순위도 분명해지고 있다. HR 미디어 플랫폼 HR테크 엣지(HRTech Edge)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81%가 채용 기회 평가 시 '원격근무 옵션'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으며, 급여(77%)와 유연 근무 시간(72%)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도 이에 발맞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경기도는 '유연근무 장려금' 및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발표한 온라인 여론 분석에서는 유연근무제에 대해 '만족도 높음' 등 긍정적 평가가 다수를 차지했다. 또 주 4.5일제 도입의 기대효과를 묻는 조사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 개선' 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처럼 '일하는 방식'과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할 법적 병가 제도 등 기본 사회 안전망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리모트가 발표한 '2025 글로벌 일과 삶의 균형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0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이미지=리모트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리모트가 발표한 '2025 글로벌 일과 삶의 균형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0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이미지=리모트

최근 HR 플랫폼 리모트(Remote)가 발표한 '2025 글로벌 일과 삶의 균형 지수(Global Life-Work Balance Index 2025)'에 따르면, 한국은 60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최저시급 인상과 주당 평균 근무 시간 감소(38.58시간→37.9시간), 성 소수자 포용성 지수 상승 등이 일부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으나 '법정 병가 제도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리모트는 매년 GDP 상위 60개국을 대상으로 △법정 유급휴가일 △병가일 △출산휴가 및 급여 △최저시급 △의료체계 △행복지수 △근무 시간 △성 소수자 포용성 △안전성 등을 종합 평가해 순위를 산정한다.

현재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법정 병가와 상병수당 제도가 모두 미비한 몇 안 되는 국가로 분류된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공무원 등은 자체적으로 유급 병가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전체 임금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통일된 법정 병가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상병수당은 일부 지역과 대상자에 한해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2025년도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75% 이상 삭감됐으며, 시행 시점도 2년 뒤로 미뤄졌다.
병가는 각 기업의 자율에 맡겨진 상태에서는 보편적 권리가 아닌 선택적 혜택이 된다. 아플 때 쉬는 것이 기본권이 아닌 복지로 간주되는 환경에서 구직자가 장기적으로 일하고 싶은 나라로서의 매력을 갖추기 어려워 보인다. 제도적 안전망의 보완은 단순 복지를 넘어 인재 확보와 사회적 신뢰를 뒷받침하는 핵심 과제다.

바바라 매튜스 리모트 최고인사책임자는 "유연성 제공은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직업적으로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번영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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