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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환적 경로’ 정조준, 글로벌 무역질서 흔들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우회해 관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환적' 행위를 정조준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트남과 무역합의에서 환적 제품에 대해 관세를 두 배로 부과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과 멕시코를 포함한 20여 개국에 보낸 서한에서도 동일한 조치를 예고했다며 야후파이낸스가 14일(현지시각) 이같이 전망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우회수출을 넘어 ‘중국산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조립하거나 통과시키는 방식’ 전반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환적 개념 확대 시도…“중국산 우회수출 전면 차단”

환적은 일반적으로 한 나라에서 선적된 화물이 제3국을 거쳐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선박을 바꾸는 수준이라면 최초 선적국의 원산지가 유지되지만 ‘실질적 변형’이 발생하면 제3국 제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질적 변형이란 국제 무역에서 제품의 원산지를 판단할 때 사용되는 핵심 개념으로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 가공 또는 조립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바뀌고 관세 분류 번호도 달라지는 경우 그 가공이 이루어진 국가를 최종 원산지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인 테드 머피는 미국이 베트남과 합의를 이룬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조립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중국산 부품이 포함되면 더 높은 관세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산 함유율 기준이 어디에 설정되느냐에 따라 매우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환적에 대해 좀 더 정밀하고 엄격한 정의를 수립하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단순한 부품 조립과 명백한 회피 시도 사이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철강, 반도체, 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영향 예상


트럼프의 이같은 조치는 단순히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으로 생산지를 옮긴 글로벌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주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무역법률 고문을 지낸 무역 전문가 그레타 피에슈는 “이 문제는 단순히 아시아 국가에 국한되지 않으며 서로 다른 관세율을 가진 두 국가 사이의 거래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체결된 영국과의 철강 협정을 들 수 있다. 이 협정은 철강 제품의 원산지를 ‘용해 및 주조’ 단계로 규정해 최종 제품이 아닌 원재료 단계에서 출처를 따지도록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제3국의 부품이 베트남산 완제품에 포함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도 환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비용·분쟁 확대 우려


공급망 물류업체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회피를 막기 위해 환적 개념을 확장하게 되면 글로벌 통관 체계 자체가 훨씬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며 “이 경우 법적 분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베트남 수출품 중 약 16.5%가 원산지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우회수출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각국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 회피를 위한 환적품은 모두 더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같은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대중 관세가 아시아 주변국으로의 생산 이전을 유도했다는 평가와 맞물려 향후 무역정책 전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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