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톰과 손잡고 7GW 석탄 발전소 폐쇄 앞두고 기저부하 전력 대체 추진

최근 다툭 세리 파딜라 유소프 부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로사톰과 비밀유지협정(NDA)을 맺었으며, 이 자리에서 전력망 개선, 기술 이전, 인재 양성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각) 더보로노포스트(theborneopost)가 보도했다.
◇ 원자력, 말레이시아 에너지 정책의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국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NETR)을 통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 2050년에는 70%로 높이고, 2045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파딜라 유소프 부총리는 실무 방문에서 “내각이 원자력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석탄과 가스 의존을 줄이려면 원자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전력 생산의 59%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2029년부터 2033년 사이에 약 7GW 규모의 노후 석탄 발전소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나머지 5GW도 2044년까지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원자력을 청정 기저부하 전력원으로 삼아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 한다.
산업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기차 보급 등으로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7.7GW, 2040년에는 20.9GW까지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로 원자력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면서 동남아에서 에너지 전략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동남아·세계 원자력 확대와 SMR(소형모듈원전) 주목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여러 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에너지 전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4.3GW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베트남은 러시아와 협력해 원전 사업을 재개했다. 필리핀도 기존 원전 재가동과 신규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2,602TWh로, 전체 발전량의 9%를 차지했다. 선진국은 17%,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5% 수준이다. 올해 신규 발전량 기준으로는 원자력이 8%, 재생에너지가 38%로 가장 높았다.
최근 원자력 업계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이 주목받고 있다. SMR은 한 기에 300MW 이하의 첨단 원자로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말레이시아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부유식 SMR, 원자력 에너지 사이클, 안전 지침 등 관련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MR은 대형 원자로보다 자본 부담이 적고,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어 말레이시아 첫 원자력 사업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 정책·규제·사회적 수용 등 과제
말레이시아 정부는 과학기술혁신부와 에너지전환부를 중심으로 국제 기준에 맞는 법·제도 마련과 공공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TA증권 애널리스트들은 “2035년 이후 원자력 도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초기에는 천연가스가 석탄을 대신하겠지만, 2040~2044년 남은 석탄 용량은 원자력이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원자력의 높은 초기 비용과 소비자 요금 영향, 안전성·폐기물 관리 등 사회적 수용 문제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MIT 마이클 쇼트 교수는 최근 에너지 아시아 2025 토론회에서 “현대 원자로, 특히 SMR은 여러 겹의 안전 장치로 사고 위험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원자력 도입 추진은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산업 성장 등 다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가 앞으로 세계 원자력 성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