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인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알뜰폰 상생방안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고, 실제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 경쟁사 모 관계자
CJ헬로의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인 LG유플러스가 중소 MVNO(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 알뜰폰)들을 대상으로 한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선보인 가운데 그 진의를 두고 LG유플러스와 경쟁사 간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알뜰폰 업체 역시 지원 방식을 두고 다소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24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중소 알뜰폰사업자 지원 프로그램 'U+MVNO 파트너스' 출범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LG유플러스는 이 상생 프로그램 개최의 배경으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위한 지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경쟁사는 이번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MVNO 업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처럼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한편, 막상 지원을 받는 입장인 알뜰폰 업계에서는 '알멩이가 빠진 지원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 LG U+ "중소사업자 소외 막기 위해…대형사업자 프로그램 대상 아냐"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박준동 LG유플러스 신채널영업그룹장 전무는 “MNO(이통통신사업자)가 MVNO 관련 간담회를 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라면서 “알뜰폰 사업은 올해 MVNO가 5G를 출시하면서 또 다른 기회이자, 위기의 상황을 얻게 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생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서 국민 통신생활의 하나의 패턴으로 MVNO가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LG유플러스가 MVNO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며 “물론 대형 사업자인 CJ그룹이나 KB 국민은행 등 금융사와도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부분에서 중소 사업자들이 소외받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에 LG유플러스가 선보이는 ‘U+MVNO 파트너십’ 프로그램에는 향후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나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자사 망 임대를 결정한 KB국민은행 측 브랜드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박 전무는 강조했다.
■ 경쟁사 "CJ헬로 인수 중에 갑자기?…진정성 의문"
그러나 이 같은 LG유플러스의 MVNO 상생 프로그램은 현재 LG유플러스가 CJ헬로와의 인수를 진행 중이라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저의에 대한 의심을 자아내고 있다. CJ헬로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국내 알뜰폰 시장 1위 기업으로 이통3사와 맞서 망 도매대가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업계 목소리를 냈던 이른바 ‘독행기업’이었는데,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게 될 경우 MVNO를 대변할 사업자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SKT나 KT 등 경쟁사들은 “알뜰폰 산업 본질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 사업 부문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지난 2016년 SKT가 CJ헬로를 인수를 시도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CJ헬로 알뜰폰의 독행기업 지위를 이유로 M&A를 반대한 바 있다. 이에 LG유플러스의 이번 상생 방안 발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무는 “인수 심사 때문이 아니고 연초부터 항공사들의 스타 얼라이언스처럼, 공동 연합군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왔다”면서 “MVNO 사업자들에게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면서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LG유플러스의 MVNO 상생 프로그램에 대해 KT, SKT 등 경쟁사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CJ헬로 기업 인수에 대해 현재 과기정통부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굳이 이 같은 발표를 하는 것은 인수에 대한 '시정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LG유플러스망만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전체 MVNO 상생에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LG유플러스의 이번 '상생안'에 대해 KT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주요 목적이 유료방송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유료방송시장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한 번도 밝힌 적 없는데, 지금 알뜰폰 상생 방안을 발표한 것은 행여 받을 수 있는 CJ헬로 알뜰폰 사업부 분리 매각 등 인가조건이나 시정조치를 사전에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침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 1개 MNO가 1개의 MVNO만 보유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이번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성사될 경우 이 기조가 깨지게 되고, 이는 기존 다른 이통사들을 역차별하는 것과 같다는 점도 지적됐다.
아울러 LG유플러스망을 임대해 알뜰폰 사업을 하는 업체 수가 전체 시장 대비 미미한 점도 지적됐다. 그는 이어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중소 알뜰폰 업체는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5%에 불과한데, 이런 상생안이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알뜰폰 상생방안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고, 실제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SKT 관계자 역시 "지난 2016년 자사와 CJ헬로간 M&A를 시도할 당시에 LG유플러스는 MVNO 사업부를 걸고 줄곧 비판을 해왔는데, 본인 상황이 되니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 MVNO 업계 "망 도매대가가 핵심인데…부가적 부분만 지원"
알뜰폰 업계 반응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인 망 도매대가나 요금제 관련 지원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MVNO는 이통사들에게 무선 망을 도매가로 구입한 후,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통신 서비스를 하는데, 업계에서는 이 망도매대가가 인하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MVNO들은 이통3사의 요금제를 도매가로 구입한 뒤, 이를 조금 더 저렴하게 각 사 가입자들에게 판매하지만, 이통사들이 2018년 이후에 나온 신규 요금제들을 MVNO에 제공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상생안에는 이런 핵심 내용이 빠지고, 부가적이고 간접적인 지원책만 마련했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 것보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망 도매대가, 요금제 지원 부분이 빠져서 '알멩이 없는' 지원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망 도매대가’에 대해 박 전무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작년 대비 인하한 도매대가를 신고했으며, 매년 조금씩 인하하고 있다”면서 “경쟁사 대비, 의무제공 사업자인 SKT 보다 낮게 설정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더 낮춰줄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유플러스는 자사 통신망을 임대하고 있는 MVNO 중소 사업자 12곳을 대상으로 U+MVNO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크게 영업활동 지원과 인프라 지원, 공동 마케팅 등 3가지 영역에서 이뤄지게 된다. LG유플러스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 사업자 대신 공동구매 방식으로 제조사, 중고 휴대폰 유통사들과 단말 수급 협상을 진행하고, 전국 2200여 개 LG유플러스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선불 유심 판매 기회와 영업 인력 확충에 나선다.
아울러 LG유플러스 MNO 가입자들이 5G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LTE 회선 여유분에 MVNO 사업자들에게 특화된 프리미엄 선불 요금제를 확보하고, 가능한 시일 내에 5G 요금제 편성에 대한 부분도 논의해 이끌어낼 계획이다. 인프라 부분에서는 고객 스스로 온라인 가입개통 절차를 마련해 기존 각 사 콜센터를 통해 최소 2시간에서 5시간까지 걸리던 개통 시간을 20분 이내에 가능하도록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중소 사업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였던 마케팅 부분은 LG유플러스 온라인몰과 연계된 중소 MVNO 사업자 전용 웹페이지를 개설, 해당 12개 사업자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하기로 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