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게 되면 알뜰폰 시장의 본질을 망친다." (이상헌 SKT 정책개발실장)
"SKT의 주장은 점유율 1%대인 알뜰폰 이슈로 점유율 50%인 자기 M&A의 시장 경쟁제한 문제를 가리려는 의도다."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 상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배경에 있는 알뜰폰 부분 인수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시장에서 KT도 SKT와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LG유플러스가 먼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CJ헬로의 알뜰폰 부분 인수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SKT는 알뜰폰 업체 중 비(非) 이통사 기업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CJ헬로의 '헬로모바일'을 이통사가 인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강력 반발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CJ헬로로부터 지분 50%+1주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CJ헬로 인수를 결정,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SKT와 KT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 부분까지 인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두 기업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로 알뜰폰 시장의 점유율 상승을 노린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통3사와의 협상 등에 맞서기 위해 다른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온 CJ헬로 알뜰폰을 이통사가 인수하는 것은 알뜰폰 시장을 저해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논란의 배경에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로 LG유플러스가 이부문 1위로 뛰어오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두 회사의 알뜰폰 가입자를 더하면 120만여명이다. 당장 알뜰폰 시장점유율 1위(15%대)사업자가 된다. 현재 SKT의 알뜰폰 계열사 SK텔링크의 시장 점유율은 9.7%, KT엠모바일의 경우 12%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이통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인 자사가 CJ헬로의 알뜰폰을 인수해도 전체 이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고, 알뜰폰 점유율 역시 큰 차이 없다는 논리로 두 이통사의 논리에 반박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 상무는 “이통사들이 알뜰폰을 인수해서 무력화한다는 입장이 나왔는데, SKT,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이통업계 3위 사업자”라면서 “알뜰폰사업을 두고 3사 모두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3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업 성장에 대한 절박함이 있고,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유지하면서 경쟁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 상무의 발언이 끝나자 마자 이상헌 SKT 정책개발실장(상무)가 반박했다. 이 상무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알뜰폰 산업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그는 “CJ헬로는 그간 독립적인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며 이통사에 맞서 왔다는 점”이라며 “이런 면에서 지난 2016년 공정위에서도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2월 SKT는 CJ헬로와의 M&A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공정위에 인수합병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공정위는 7개월간의 장고 끝에 두 기업의 M&A를 금지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CJ헬로를 공격적인 경쟁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질서의 파괴자 역할을 수행하는 '독행기업'으로 봤고, 이에 이통 대기업인 SKT와 결합하는 것은 시장 경쟁에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독행기업이란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이익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 상무는 “현재 알뜰폰 시장 상황은 3년 전과 변화가 없고, 최근 정부가 전기사용료 감면과 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통사가 알뜰폰계의 독자 기업의 상징인 CJ헬로를 인수하도록 허용하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당연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SKT의 공격에 강 상무는 “2015년 중반부터 이통업계 번호이동 시장에서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 수는 급격하게 순감하고 있고, 3위 사업자가 인수했을 때 1위 사업자가 인수하는 상황과 동일한 현상 일어난다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그는 “손바닥을 가까이 보면 눈을 가릴 수 있듯이 1%대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알뜰폰 이슈 하나로 50% 대인 SKT의 시장지배력 이슈를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의 반박에 SKT역시 재반박에 나섰다. 이 상무는 “CJ헬로가 1위 사업자에 붙으면 경쟁이 제한되고, 3위에 붙으면 경쟁 촉진이 되는 문제가 아니라, 끊임 없이 이통사들을 괴롭히고 협상도 대신 해주는 맞형 같은 기업이 이통사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근본적으로 유료방송 M&A 흐름과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육성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 유도가 진행되는 알뜰폰은 인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세미나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이통사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이 재편되는 점에서) 알뜰폰과 유료방송 이슈를 분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통시장을 총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 청사진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면서 "알뜰폰을 성장시키려 한다면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줘야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해외 사례처럼 제4이동통신으로 갈 것인지 통신정책의 기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태오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CJ헬로에 명명한 '독행기업'이 무엇이었는지 개념이나 요건에 대한 판단 근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면서도 "현재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의 시장 지위가 변화되지 않은 점에서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행사는 유료방송계 생태계 조성 방향을 얘기하려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알뜰폰 시장을 둘러싼 1,2위 통신업체와 3위업체간 자사의 입장 대변을 위한 공방전 성격으로 바뀌어 버렸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