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결정과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5일(이하 현지시각) 하락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대해 다시 한번 고율 관세를 경고했지만 시장은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전거래일보다 1.12달러(1.63%) 떨어진 배럴당 67.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도 1.13달러(1.7%) 하락한 65.16달러에 마감됐다. 두 지표 모두 약 5주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환율 기준으로 각각 약 9만3900원, 9만4100원이다.
◇ OPEC+ 9월부터 증산…수요 우려에 하방 압력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지난 4일 회의에서 오는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규모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감산 종료 시점을 앞당기는 조치다.
앤드루 리포우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OPEC의 공급 증가가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경기 지표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신규 주문과 고용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전월 수준에 머물렀고 원자재 투입 비용은 거의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리포우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기업 활동에 여전히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인도 관세 경고'…시장 반응은 제한적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러시아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하는 인도에 대해 “24시간 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또 “에너지 가격 하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지속 의지를 꺾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정당하지 않으며 자국의 경제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맞서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원유 시장은 이번 위협이 당장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석유중개회사 PVM의 존 에반스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유가 상승 위험을 감수하며 관세를 밀어붙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주 후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어떤 조치를 발표할지, 인도와 중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는 미국석유협회(API) 자료를 인용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420만배럴 줄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6일 공식 재고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무역통계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1~6월 러시아로부터 하루 평균 175만배럴의 해상 원유를 수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