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 트위터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정보 보안 업체 카스퍼스키 연구소의 광고 게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 기관의 기술 장비 구매 목록에서 간판을 내려야 했던 '카스퍼스키 랩(Kaspersky Lab)'이 트위터에 광고마저 게재하지 못하는 수난을 겪게 됐다.
이번에는 카스퍼스키 랩의 비즈니스 모델이 트위터의 광고 게재 기준에 위배된다는 사실과, 미국 정부가 카스퍼스키와 러시아 정보기관의 관계를 지적하고 있음을 이유로 꼽았다. 카스퍼스키 랩 창업자인 유진 카스퍼스키는 블로그를 통해 "트위터의 조치에 놀랐으며, 이를 재고하도록 트위터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트위터는 이러한 요청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눈치다.
카스퍼스키의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4억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 기관이 기술 장비를 구매할 때 사용하는 승인된 공급 업체 목록 2개에서 모스크바에 소재한 카스퍼스키 랩을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시 카스퍼스키는 이러한 결정을 막기 위해 러시아 정부에 침해된 보안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소스 코드까지 공개하겠다"며 미국 정부를 설득했지만, 끝내 트럼프 행정부는 "사이버 보안 회사의 제품이 크렘린에 의해 미국 네트워크 진입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카스퍼스키 제품을 미국 일반서비스관리(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공급 업체 목록에서 완전히 추출했다.
이후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에 의해 "카스퍼스키의 부정행위나 소프트웨어의 취약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결과 함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의해 오히려 CIA가 보안 관련 기업인 카스퍼스키의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로 위장해 목표 대상에게서 비밀리에 정보를 빼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오로지 카스퍼스키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번 트위터의 카스퍼스키 광고 게재 금지 조치도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이 따른다. 미국 내에서 한없이 축소됐던 카스퍼스키의 입지는 당분간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