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7%로 역시 최저였다. 지지율 20%는 국정 동력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반등하지 못하면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사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가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한국 등 주요 2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7%로 꼴찌였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75%, 모르겠다는 답변은 8%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우연히도 윤 대통령이 추석 직후 원전 협력 방안 논의 등을 위해 찾아간 체코의 페트르 파벨 대통령이 19%의 지지율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지도자는 이 두 사람뿐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로 그 뒤를 이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2%,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28%,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29% 등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39%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국정 지지율 1위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 72%에 달했고, 그다음으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62%,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59%의 지지율로 탑3에 들었다.
사실 팬데믹 이후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은 대체로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사태 속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국민이 분노의 화살을 정부와 그 지도자에게 겨누기 때문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치러진 한국, 영국, 인도, 프랑스, 남아공 등 주요국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집권당과 현직 지도자가 거의 예외 없이 참패했다.
이런 현상에는 우파 정부든, 좌파 정부든 차이가 없다. 유럽의 주요국에서 극우파가 득세하기도 하지만, 극좌파도 절대 만만치 않다. 이는 한마디로 각국의 유권자들이 지금 정치와 경제 현실에 한없이 분노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가 치솟고, 금리가 오르다 보니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주요국의 유권자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예 사라졌다는 좌절감에 짓눌려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각국의 유권자들이 지금 누가 집권했든 반정부·반기득권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주요국 유권자의 분노와 좌절이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12개 주요 고소득 국가에서 한결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 조사 대상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2021년에 평균 49%였으나 이번에는 36%에 그쳤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1년에 53%였으나 이번에 36%로 급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과 고령 논란으로 대선을 107일 남겨놓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하차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과반 대의원을 확보해 당의 공식적인 후보 선출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 정부를 거부하는 미국 유권자의 여론을 수용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윤 대통령도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글로벌 트렌드가 된 반정부 정서를 상수로 여기면서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올인할 때다. 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등 현 정부 지도자들은 지금 다 외롭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