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영풍은 최윤범 회장 고소

고려아연과 영풍·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법적 분쟁 등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고려아연은 정부에 자사 배터리 소재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청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MBK가 구상하고 있는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 계획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5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기술은 이차전지소재인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산업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원료를 가공해 제조하는 양극재의 중간소재다.

산업부는 보호가 필요한 핵심기술을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원자력, 수소, 정보통신, 우주, 생명공학, 기계 등 총 13개 분야 75개 기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기술을 수출하려면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외국인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 할때도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가공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받아 들여질 경우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M&A를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중국 등 외국에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MBK가 구상하고 있는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다면 경영 분쟁의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같은 날 영풍은 최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영풍은 "동업정신을 파기하고 회사를 사유화한 최 회장과 고려아연의 수상한 경영행보가 시작됐을 당시 의사 결정 중심에 있던 노진수 전 대표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및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 인테리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