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동박 시장에 맞춰 국내 동박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객사 확대는 물론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 박으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2차전지 음극집 전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를 말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동박 제조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 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앞서 지난 7월 김연섭 대표가 밝힌 글로벌 경영 확대 전략의 하나다. 당시 김 대표는 "북미 진출 후보 지역으로 2~3곳을 검토 중”이라며 “연내 가시적인 내용으로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현지 법인 설립에 나선 것은 맞지만 생산 거점은 아니다"라며 "이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 생산 능력 등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지만, 이번 법인 설립을 통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공장부지 확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지 법인이 그 시작점이 될 것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에서도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서고 있다. 총 56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t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 부지 정지작업을 하반기에 시작한다. 이번 투자는 1단계 3만t 증설 프로젝트이며, 향후 단계별 추가 증설을 고려해 인프라 선행 투자와 함께 태양광 발전용 부지 약 50만㎡를 확보할 예정이다.
다른 국내 동박 제조업체인 SK넥실리스 또한 해외 고객사를 늘려가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최근 중국계 일본 배터리 업체인 엔비전 AESC와 약 2조원 규모의 동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엔비전 AESC는 일본 닛산자동차 등이 설립한 배터리 회사로, 2019년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엔비전 그룹에 인수됐다.
지난달에는 독일의 배터리 제조사 바르타(Varta)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 7월에는 토요타그룹의 상사인 토요타통상과 북미에 동박을 생산·공급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향후 공동 투자를 통해 북미 지역에 동박 생산법인 설립을 추진, 북미 시장 잠재 고객사가 원하는 우수한 물성의 동박 제품 제조와 장기 공급에 협력할 예정이다.
이는 모두 커지는 동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현재 전기차용 동박 시장은 큰 성장이 예고된 시장 중 하나다. 성장이 예고된 만큼 빠른 시장 선점을 통해 확고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가는 선점 우위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마크에 따르면 동박 시장 규모는 지난해 57억 달러(약 7조5621억원)에서 오는 2028년 87억 달러(약 11조54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박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요한 것은 시장 선점"이라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