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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아니어도 통한다, 日 시장 흔든 크래프톤의 '인디 감성'

연말 신작 미메시스·마이 리틀 퍼피 연달아 흥행
'마케팅'보다 '재미'…자발적으로 방송 킨 버튜버들
매출 성과보다 독창성, '크리에이티브' 전략 통해
크래프톤 산하 드림모션의 게임 '마이 리틀 퍼피'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드림모션이미지 확대보기
크래프톤 산하 드림모션의 게임 '마이 리틀 퍼피'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드림모션

크래프톤 산하 독립 스튜디오의 게임들이 일본 게임 시장에서 연달아 호평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 시장=서브컬처'라는 기존의 통념과 대규모 마케팅이란 공식을 깨고 장르 본연의 재미와 아기자기함을 끌어올린 '인디 정신'을 흥행 공식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 최대 버추얼 유튜버 그룹으로 꼽히는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버튜버들은 최근 크래프톤의 '미메시스'와 '마이 리틀 퍼피'를 연달아 플레이하고 있다. 미메시스에서 공포에 질려 서로를 의심하는 모습, 마이 리틀 퍼피의 감성적인 컷씬에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은 일본을 넘어 한국 등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두 게임의 성공에서 주목할 점은 서로 다른 장르의 게임이 다른 형태로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미메시스는 스팀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유행해온 '협동 생존 공포 어드벤처' 장르다. 여기에 개발사 렐루게임즈는 AI 기술을 더해 인간의 모습과 음성을 그대로 따라하는 몬스터를 구현했다. 이것이 유튜버 등 방송인들에겐 익숙한 장르에서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줘 '합동 방송용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 리틀 퍼피는 '애견인'의 시선이 듬뿍 반영된 감성적인 연출과 스토리가 게이머들을 자극했다. 개발사 드림모션의 이준영 대표가 반려견을 키우다가 무지개 다리 너머로 떠나보낸 '애견인'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국내외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방송 중에 눈물 참기 어려운 게임'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성공은 그간 일본 시장 공략에 있어 '서브컬처 RPG'를 전면에 세워온 한국 게임계에 색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선 넥슨의 2021년작 '블루 아카이브'와 시프트업의 2022년작 '승리의 여신: 니케'가 대규모 흥행을 거둔 이래 미소녀 캐릭터와 수집형 RPG 비즈니스 모델(BM)을 내세운 서브컬처 RPG들이 대거 일본 시장에 도전했다.

앞서 언급한 버튜버들에게 방송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아키하바라 등 오프라인 공간에 광고를 내거는 등 큰 돈을 들여 마케팅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 이후 현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사례는 없었다.

일본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버튜버 '호쇼 마린'이 그룹 동료들과 '미메시스'를 플레이하는 모습. 호쇼 마린은 26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 428만 명으로 일본 버튜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호쇼 마린 공식 유튜브 채널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버튜버 '호쇼 마린'이 그룹 동료들과 '미메시스'를 플레이하는 모습. 호쇼 마린은 26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 428만 명으로 일본 버튜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호쇼 마린 공식 유튜브 채널
크래프톤이 이들과 달랐던 점은 마케팅이 아닌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그간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창의성 강화)를 핵심 비전으로 두고 독립 스튜디오를 여럿 운영했다. 기획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에 집중하는 대신 독립적인 게임 개발 DNA, 즉 인디 정신을 갖춘 게임사들의 자율성을 강조해 독특한 게임이 개발되도록 판을 깔았다.

게임의 독특한 재미는 거창한 프로모션 없이도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이준영 드림모션 대표는 국내 매체 인터뷰 중 "니지산지와 홀로라이브 등 기획사에서 방송 요청이 오기도 했다"며 해외 에이전시들의 자발적 접촉을 언급했다.

크래프톤 측 또한 미메시스와 마이 리틀 퍼피의 흥행에 관한 질의에 "특정 시장을 겨냥한 연출보다는 누가 보더라도 '이 게임 만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정 시장을 겨냥하기보다 게임 자체의 독창적 완성도에 집중한 것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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