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유튜브의 질주…美 TV·스트리밍 시장 장악하며 할리우드 넘본다


유튜브 앱 아이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튜브 앱 아이콘. 사진=로이터


유튜브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팟캐스트와 음악, 스포츠 중계에 이어 미국 TV·스트리밍 시청 시장에서도 선두에 오르며 전통적인 할리우드 산업 구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브리트니 브로스키는 지난 2019년 콤부차를 처음 마셔본 반응을 담은 짧은 틱톡 영상 하나로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됐다. 영상이 확산되자 그는 직장을 잃었고 곧바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영상 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그는 슈퍼볼 광고에 출연했고 미국 상위 50위권에 드는 팟캐스트를 시작했으며 유명 배우와 코미디언을 초대하는 유튜브 토크쇼 ‘로열 코트’를 제작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2025년 최고의 콘텐츠 창작자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브로스키는 “침실에서 시작한 작업이 이제는 15명 규모의 팀이 있는 버뱅크 스튜디오로 성장했다”며 “A급 배우들이 먼저 출연 요청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창작자, 독립 스튜디오로 진화
FT에 따르면 브로스키는 디즈니와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같은 대형 스튜디오와 분리된 독자적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 유튜브 창작자들의 대표 사례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들을 ‘새로운 중심축’으로 규정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미디어 분석업체 모펫앤내선슨의 마이클 네이선슨은 “할리우드는 지난 1년 사이 유튜브의 규모와 경쟁력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기존 업계는 창작자들을 과소평가했지만 이들은 이미 스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20주년을 맞은 올해 기준으로 세계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이자 음악 산업의 핵심 유통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4년 이후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이 아닌 TV를 통한 시청 비중이 가장 높아졌고 그 결과 유튜브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제치고 미국 TV·스트리밍 시청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스포츠·시상식까지 확장
유튜브는 기술 플랫폼을 넘어 전통 방송의 핵심 영역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프로풋볼(NFL) 일부 경기 중계권을 확보해 무료 생중계를 진행했고 2029년부터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을 독점 스트리밍할 예정이다. 이는 50년간 이어진 ABC 방송과의 협력 관계가 종료된다는 의미다.

네이선슨은 “오스카 중계권 확보는 유튜브가 콘텐츠 위계의 상층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아메리카 담당 부사장 타라 월퍼트 레비는 “유튜브 창작자들이 오스카 시청층을 젊고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NFL이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전통 할리우드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위축 국면에 들어선 할리우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과 파업, 박스오피스 침체에 이어 스트리밍 경쟁까지 겹치며 대형 스튜디오의 입지는 급격히 약화됐다.

올해 8월 103년 역사의 파라마운트는 데이비드 엘리슨이 이끄는 스카이댄스에 약 80억달러(약 11조5600억원)에 인수됐다. 12월 초에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가 넷플릭스에 830억달러(약 119조9350억원)에 매각되기로 합의했다. 넷플릭스는 동시에 1080억달러(약 156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인수전도 추진 중이다.

전통 영화·TV 산업이 기술 기업에 흡수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튜브는 무대, 우리는 제작자”

반면 유튜브 창작자들은 기존 산업의 혼란과 거리를 두고 있다. 브로스키는 “나는 네트워크에도,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며 “내가 최고경영자이자 제작자, 진행자, 출연자”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의 55%를 창작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창작자와 미디어 기업에 지급한 금액은 누적 1000억달러(약 144조5000억원)를 넘었다. 최근 분기 유튜브 광고 매출은 103억달러(약 14조8835억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유튜브 스타 ‘미스터 비스트’로 알려진 지미 도널드슨은 연간 8500만달러(약 1조2283억원)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그의 채널 구독자는 4억5500만명에 달한다.

◇TV 토크쇼도 유튜브로 이동

유튜브는 기존 TV 토크쇼 형식까지 흡수하고 있다.

2015년 숀 에번스가 시작한 ‘핫 원스’는 매운 치킨을 먹으며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15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사 퍼스트 위 피스트는 지난해 8억2500만달러(약 1조1913억원)에 매각됐다.

반면 미국 지상파 심야 토크쇼는 축소 국면에 들어섰다. 스티븐 콜베어는 CBS ‘더 레이트 쇼’가 2026년 5월 종료된다고 밝혔다. 정치적 압박과 시청률 하락이 겹친 결과다.

FT는 "유튜브가 더 이상 ‘대안 미디어’가 아니라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