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부터 건별 허가 필수…메모리 생산량 30% 중국 의존 한국 기업도 타격
TSMC는 전체 3% 불과해 영향 제한적…한국 기업, 국내 투자로 리스크 분산 나서
TSMC는 전체 3% 불과해 영향 제한적…한국 기업, 국내 투자로 리스크 분산 나서
이미지 확대보기테크오베다스와 트렌드포스가 26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12월 31일부로 이들 기업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했다. 한국 기업들은 올해 8월 29일 VEU 철회 통보를 받은 뒤 수개월간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중국 생산 비중이 높아 2026년 이후 본격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VEU 철회로 2026년 공급망 변화 가속
미국 정부는 TSMC 난징 공장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VEU 지위를 철회하면서 12월 31일부터 모든 미국산 장비 선적에 개별 승인을 요구하기로 했다. VEU 지위는 제조 공장이 개별 라이선스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TSMC 난징 팹 16은 16나노미터(nm)와 28nm 칩을 생산한다. 이들 칩은 자동차 전자장치, 산업용 컨트롤러, 사물인터넷(IoT) 및 소비자 기기, 전원 관리 집적회로(IC) 등에 사용된다. VEU 지위가 있을 때는 미국산 장비와 부품의 끊김 없는 수입, 지속적인 예비 부품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원활한 유지보수 및 공정 업그레이드가 보장됐다.
맥쿼리 그룹은 필수 장비 반입이 지연될 경우 몇 달 내에 운영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지보수 주기 연장, 웨이퍼 출력 감소, 자동차 및 산업 부문 고객 납품 지연 등의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펠릭스 리는 TSMC가 원래 일본 구마모토 공장으로 예정된 장비를 난징으로 재배치하고, 12월 31일 이전에 예비 부품을 비축하며, 유지보수와 장비 업그레이드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단기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TSMC "중국 고객, 글로벌 첨단 공정 접근 가능"
TSMC 중국 사장 로저 루오는 마이드라이버스와 아이지웨이 매체를 통해 공급망이 여전히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요건이 충족되는 한 중국 고객들이 난징 공장의 16nm나 28nm 라인뿐 아니라 TSMC 글로벌 네트워크 전역에서 첨단 공정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드라이버스는 샤오미의 3nm XRING O1 칩을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TSMC 첨단 노드 용량에 접근할 수 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루오는 TSMC가 공급업체들과 협력해 자재 및 장비에 대해 개별 사례별로 승인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정 준수가 엄격해졌지만, 절차는 관리 가능하며, 난징 공장 운영과 공급망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에 적혀 있다.
대만 경제부는 커머셜 타임스를 통해 난징 시설이 TSMC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 능력의 약 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코노믹 데일리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은 16/12nm 공정에서 월 약 2만 장의 웨이퍼를, 28/22nm에서 월 4만 장을 생산하며 주로 자동차 칩과 같은 특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난징 공장의 소규모 용량과 저가 성숙 노드 생산으로 인해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TSMC의 최첨단 공장인 5nm, 3nm, 곧 출시될 2nm 노드는 대만 및 기타 지역에 남아 있다. 또한 애리조나(미국), 구마모토(일본), 대만 공장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 중국 생산 30% 달해 타격 커
TSMC만 VEU 만료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8월 29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VEU 전면 승인을 철회했다. 120일 유예 기간이 12월 31일에 종료되면 두 회사 모두 내년 1월 1일부터 장비 출하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확장에서 중국 내 생존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이제 팹 업그레이드보다 기존 공정의 수율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모든 장비가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은 가동률 유지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SK하이닉스는 DRAM 및 NAND 생산량의 약 30%가 중국에서 생산돼 노출 수준이 높다. 반면 TSMC의 난징 노출은 미미해 메모리 제조업체가 논리 파운드리보다 수출 통제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성숙한 노드조차 지정학적 반도체 전장에 참여하고 있어 정책 위험이 최첨단 기술을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2026년 이후 시장 전망과 기업 대응
블룸버그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VEU를 완전히 철회하는 대신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사이트 라이선스'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업장별로 연간 단위로 중국에 가져올 장비와 부품의 정확한 수량을 제시하고 승인받는 방식이다. 시설 증설이나 개축에 필요한 추가 장비 수출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에 DRAM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26년 상반기 NAND V10 투자도 국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 청주 M15X 공장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VEU 철회가 역설적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중국 공장의 선단 공정 전환이 불가능해지면서 글로벌 공급이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6년 AI 추론 시대 개막으로 범용 DRAM과 낸드플래시까지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고 본다. 키움증권과 iM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경쟁사의 추격도 거세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 점유율을 현재 8%에서 2026년까지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내년 내 마이크론과 비슷한 DRAM 생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기술 우위와 국내 생산 확대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