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등 8개사 합작 아이오나 “10~20분이면 충분”…초급속 경쟁에 다른 해법 제시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 충전시간을 내연기관차 주유시간과 비슷한 5분 안팎까지 애써 줄여야 전기차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통념에 미국 충전업체 최고경영자가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발언의 주인공이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동 설립한 북미 충전 합작사 아이오나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메가와트급 충전설비와 고성능 배터리를 앞세워 ‘5분 충전’ 경쟁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실제 충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자가 충전시간을 주유 수준까지 단축할 필요가 없다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더드라이브는 세스 커틀러 아이오나 CEO가 전기차 충전이 반드시 5분 안에 끝나야 한다는 주장은 실제 소비자 행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커틀러 CEO는 더드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5분 안에 충전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오나는 현대차·기아, BMW, GM,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8개사가 공동 설립한 북미 전기차 급속충전 합작사다.
아이오나는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3만개 이상의 급속충전 포인트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참여해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회사의 CEO가 초급속 충전 경쟁에 다른 시각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화장실·식사하면 10~20분”…500㎾ 이상 불필요 주장
커틀러 CEO는 내연기관차 운전자들도 주유소에 들어가 가능한 한 빨리 연료만 넣고 곧바로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와와, 시츠, 케이시스, 버키스, 월리스 등 일부 주유소는 음식점이나 편의시설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며 이용자들이 주유 이외에도 상당한 시간을 머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커틀러 CEO는 “일부 주유소는 이제 주유소라기보다 식당에 더 가깝다”며 상당수 사업자가 주유소 내부 매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현실적인 전기차 급속충전 시간은 10~20분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운전자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샌드위치를 먹거나 몸을 풀고 반려견을 산책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경쟁에서는 그동안 내연기관차 주유시간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술적 기준으로 여겨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5분 안팎의 충전으로 수백㎞를 주행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기술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커틀러 CEO의 주장은 이 같은 경쟁의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충전시간을 무조건 주유시간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식사 등 이동 중 필요한 시간을 활용하면서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현재 충전 인프라와 차량 기술 수준에서도 지난 7월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가 6%를 차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이오나는 현재 모든 충전소에 최대 400㎾급 초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앞으로는 최대 500㎾급 충전소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공공 충전요금 체계도 200㎾ 이상을 별도의 초급속 구간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커틀러 CEO는 충전출력이 500㎾를 크게 넘어설 필요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500㎾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800V 이상 고전압 전기 시스템을 적용한 일부 차량은 급속충전 시간을 20분 안팎까지 줄였다.
더드라이브는 2026년형 볼보 EX90, 루시드 그래비티, 현대차 아이오닉 계열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0분 또는 그 이하에 충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5분 충전’ 경쟁…미국선 다른 해법
커틀러 CEO의 주장은 중국 전기차 업계가 펼치는 초급속 충전 경쟁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에서는 메가와트급 충전설비와 고성능 배터리를 결합해 충전시간을 5분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값싼 전기차와 함께 충전시간 단축도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커틀러 CEO는 미국 시장에서는 충전시간 자체를 극단적으로 단축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실제 충전 과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고려하는 접근이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
이는 충전 인프라 투자 방향과도 연결된다. 5분 충전을 보편화하려면 차량의 배터리와 전기 시스템뿐 아니라 충전기의 출력과 전력망 등 인프라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아이오나가 현재 400㎾급 충전기를 운영하고 향후 500㎾급까지 확대하면서도 그 이상의 출력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드라이브는 이미 일부 최신 전기차가 10~20분 수준의 급속충전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시장에서는 충전속도가 실용적인 수준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전했다.
결국 전기차 충전 경쟁의 기준이 ‘주유와 똑같은 5분’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10~20분의 충전시간에 식사와 휴식 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참여한 충전사업자의 CEO가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충전 인프라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도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