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틱톡으로 너무도 유명한 바이트댄스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동맹을 맺는다. 바이트댄스와 엔비디아 동맹은 글로벌 반도체 판도를 또 한 번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자국 주요 기술기업에 엔비디아의 신형 고성능 칩인 'RTX PRO 5500'의 구매 계획과 세부 용도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내부적으로 구매 승인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바이트댄스가 타진한 구매 물량은 무려 100만 개에 달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 당국의 자국산 반도체 우선 정책이라는 이중 규제의 빗장이 걸려 있던 상황에서, 단일 기업이 단번에 100만 개 단위의 신형 칩을 발주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테크 업계와 반도체 공급망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바이트댄스를 "틱톡을 서비스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보는 것은 실체를 절반만 파악한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바이트댄스의 정체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초고도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엔진으로 삼는 기술 인프라 기업이다.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한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숏폼 비디오 플랫폼 더우인(抖音),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틱톡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핵심 무기는 이용자가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기도 전에 취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밀어넣어 주는 추천 알고리즘이었다. 텍스트와 음성, 비디오 프레임을 초 단위로 분석하고 10억 명이 넘는 활성 이용자의 터치 행태를 실시간으로 연산해 매칭하는 시스템은 기하급수적인 컴퓨팅 파워를 요구한다. 바이트댄스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운영하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에 필적하는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했던 필연적 배경이다.
베이징 아파트에서 피어난 연산의 제국
바이트댄스의 역사는 베이징 즈춘루(知春路)의 평범한 아파트 거실에서 출발했다. 2012년 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장이밍(張一鳴)은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자 기존 포털 중심의 검색 방식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포착했다.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는 시대는 끝났고,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선호를 먼저 파악해 전달하는 시대가 온다는 판단이었다.
그 첫 결과물이 머신러닝 기반 맞춤형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였다. 편집 기자가 한 명도 없이 오로지 기계학습 모델이 기사를 분류하고 배치하는 이 앱은 출시 수개월 만에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어 2016년 출시한 숏폼 비디오 플랫폼 '더우인'은 중국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했고, 2017년 글로벌 버전인 '틱톡' 출시와 미국 립싱크 앱 뮤지컬리(Musical.ly)의 인수를 거치며 글로벌 패권을 완성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라는 양대 거인이 중국 인터넷 시장을 완벽히 분점하고 있던 시기에, 바이트댄스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알고리즘 기술력 하나로 세계적인 제국을 건설했다.
바이트댄스의 폭발적 성장은 창업자 장이밍의 기계론적 사고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1983년 푸젠성 룽옌의 공무원 가정에서 태어난 장이밍은 어린 시절부터 감정적 서사보다 규칙과 논리가 지배하는 구조에 집중했다. 톈진 난카이대학(南開大學)에 입학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미세전자공학)를 전공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전향한 학문적 배경은 하드웨어의 물리적 특성과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 확장을 동시에 꿰뚫어 보는 안목을 길러주었다.
대학 졸업 후 여행 검색 엔진 쿠쉰(酷訊), 마이크로소프트(MS), 부동산 정보 플랫폼 주주반(九九房)을 거치며 그는 서비스의 성패가 철저한 데이터 정합성에 달려 있음을 확인했다. 장이밍은 사람을 감정의 주체라기보다 데이터 반응체로 바라보는 극단적 이성주의자였다. 그는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듯 삶과 사업을 설계한다"고 밝혀왔다.
그의 경영 방식은 철저히 지표와 A/B 테스트에 기반을 두었다. 주관적 판단이나 감정적 결정을 배제하고 수치로 입증된 최적화만을 선택했다. 2021년 미·중 갈등 격화와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 속에서 CEO 직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설계한 알고리즘 시스템은 여전히 바이트댄스의 중심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며 끊임없는 반도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 가공할 'AI 칩 블랙홀'
인공지능 경쟁이 텍스트를 넘어 멀티모달과 초고해상도 비디오 생성 모델로 전환되면서 바이트댄스의 연산 수요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더우바오(Doubao)' 고도화를 비롯해 추천 알고리즘 정밀화, 클라우드 인프라(볼케이노엔진) 확장에 필요한 칩 수요는 상상을 초월한다.그동안에도 바이트댄스는 엔비디아의 숨은 최대 고객 중 하나로 꼽혀왔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망이 조여오기 전, 바이트댄스는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가속기를 가장 공격적으로 쓸어 담은 큰손이었다. 제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3년 한 해에만 엔비디아에 주문한 AI 칩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웃돌았을 정도다.
미국의 규제로 첨단 가속기 공급이 차단되자 바이트댄스는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칩을 테스트하는 동시에 규제 기준선 바로 아래에 맞춘 엔비디아의 대체 칩을 전방위로 확보해 왔다. 이번에 불거진 'RTX PRO 5500' 100만 개 구매 검토는 연산력 고갈을 해결하기 위한 필사적인 행보다. 100만 개라는 물량은 단순한 기업 수요를 넘어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과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규모다. 바이트댄스가 글로벌 단위에서 공식 1위 고객인지 여부를 떠나, 중국 시장 내에서는 엔비디아의 가장 압도적인 캐시카우이자 실적을 떠받치는 최대 핵심 파트너라는 점은 명백하다.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와 미래
바이트댄스의 존재감은 단순히 칩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에 그치지 않는다. 막대한 수요는 자체 칩 개발(ASIC)이라는 내재화 전략으로 직결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수년 전부터 비디오 코덱 가속 칩, 추천 알고리즘 전용 가속기,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칩 개발팀을 가동하며 TSMC, 브로드컴 등 글로벌 팹리스·파운드리와의 협력 경로를 모색해 왔다.
지정학적 환경은 살얼음판이다. 미국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 접근 차단과 중국 정부의 국산 칩 우선 사용 압박 사이에서 바이트댄스는 위험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트댄스가 엔비디아의 문을 계속 두드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산 칩의 쿠다(CUDA) 호환성과 양산 수율이 아직 글로벌 수준의 초격차 실시간 서비스 성능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바이트댄스와 엔비디아의 100만 개 칩 동맹은 단순한 부품 조달이 아니다. 미국의 통제망을 뚫고 플랫폼 생존을 지켜내려는 바이트댄스의 연산 확보전이자, 거대 중국 시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엔비디아의 실리적 선택이 맞물린 결과다.
숏폼 비디오 뒤편에서 벌어지는 이 대규모 반도체 거래가 향후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구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전 세계 테크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