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사설] 잠재성장률 상향 이면의 그림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 2.20%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 2.20%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잠재성장률 상향 이면의 그림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2.14%에서 내년 2.20%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실질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데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에 따른 투자 확대를 반영한 셈이다. IMF가 전망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3%다. 내년 실질 GDP 성장률도 2.83%로 2년 연속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연 연속 높아지기는 40년 만에 처음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말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2.22%와 내년 2.28%로 올려 잡았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불안을 유발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잠재 GDP의 증가율을 의미한다. 경기 부양으로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실질 GDP 성장률과 달리 경제의 기본 성장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이유다. 올해 잠재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7개국뿐일 정도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영국이나 프랑스·일본·독일보다 높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장기간 하락 추세였다. 2010년 4.05%에서 2018년 2.97%로 하락하더니 2020년에는 1.28%로 내려앉았다. 2021년 2.23%로 상승한 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다가 다시 2%대로 올라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66%, 내년 1.52%로 추산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로 하반기 잠재성장률이 3%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정부의 전망이 나온 이후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반도체 분야의 투자 확대와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개선으로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총요소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거시지표 개선의 혜택을 받는 곳은 일부 대기업이다. 반도체나 AI를 제외한 지표만 보면 생산성을 올릴 요소를 찾기 힘들다. 반도체 호황에 맞춘 잠재성장률 상향 조정에 환호하기에 앞서 고물가·고금리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때다.

형평성 해치는 정책은 신중하게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에 해당하는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0.39%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98%)의 10배 넘는 수치다. 금융당국이 추산하는 올해 서민금융보완계정의 보증채무 이행 지출액은 1조325억 원 규모다. 내년에는 이게 1조3472억 원으로 30%나 늘어날 전망이다. 보증채무 이행은 서민금융진흥원 보증으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할 때 대신 지급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취약차주의 대출금 상환 부실 규모가 늘었다는 의미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올해 8월까지 대위변제 발생액도 9908억 원이다. 기보 보증 대출 가운데 연체나 부도 등으로 상환하지 못한 금액은 1조234억 원 규모다. 기보의 대위변제액은 2023년 이후 연간 1조 원대를 기록 중이다. 기보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에 보증을 서준 잔액은 30조7060억 원에 이른다.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7월 말 기준 0.91%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평균이 연 4.38%로 오른 것도 부실을 키운 요인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은 5632곳이나 된다. 1년 만에 14.4% 늘어난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계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늘려온 결과다. 늘어나는 연체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도 부담을 줄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때 빚을 진 뒤 갚지 못하고 있는 약 4조2000억 원의 장기연체 채권을 국고를 들여 매입해 주기로 했다. 정부의 강제 영업 제한 등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보상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재기의 발판을 열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버티면 빚을 탕감해 준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여지도 크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