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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믿다 발등 찍힌 글로벌 연기금, 금고에 금 5% 채워 방어선 쳤다

- 미국 국채와 주식의 동반 하락 충격에 네덜란드·미국 등 대형 기금 포트폴리오 전면 재편
- 실물 금과 선물 배분 2~5% 수준으로 5년째 유지하며 주식 급락기 완충재로 활용
- 주식·채권 쏠림 심한 국민연금 자산 다변화 시험대…무수익 자산의 복리 훼손 우려도 공존
세계 주요 연기금들이 주식과 채권 간 분산 효과 약화에 대응해 전체 자산의 5% 수준까지 금을 배분하며 위험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주요 연기금들이 주식과 채권 간 분산 효과 약화에 대응해 전체 자산의 5% 수준까지 금을 배분하며 위험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주요 연기금들이 주식과 채권 간 분산 효과 약화에 대응해 전체 자산의 5% 수준까지 금을 배분하며 위험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세계금위원회는 2026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네덜란드·미국·영국·호주 연기금이 2020년부터 금 편입을 시작해 5년 이상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이어진 주식과 채권의 동조화 흐름 속에서 전통적 자산 배분 공식에 균열이 생기자, 한국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요구를 마주했다.

주식·국채 동조화로 무너진 전통 분산 공식


과거 기관투자가 포트폴리오에서 정부 국채는 위험 자산인 주식이 하락할 때 가치를 지키는 핵심 방어판이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긴축 국면에서 국채 가격과 주식 가격이 함께 떨어지는 양(+)의 상관관계가 이어졌다. 채권이 위험 분산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자 연기금의 고민이 깊어졌다.
1일(현지시각)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실물 금은 이 기간 국채와 다른 궤적을 그렸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도 실물 금 가격은 2022년 초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광산 기업 주식 대신 실물 금과 선물을 직접 매수한 점도 특징이다.

광산 기업 투자는 원자재 가격 변동과 환경 인허가 지연, 생산 운영이라는 기업 고유의 위험을 안아야 한다. 반면 실물 금이나 선물은 개별 기업의 돌발 위험을 차단하고 순수한 가격 방어 효과만 취할 수 있다.

4개국 대형 기금의 실물·선물 5% 배분 실태


네덜란드 연기금 펜시온펀즈 피디엔은 77억 유로(약 11조 6893억 원)에 이르는 운용 자산 중 5%를 금에 배분했다. 2020년 10월 매입에 착수해 2021년 4월 편입을 마쳤다. 피디엔은 정부 국채 비중을 10%포인트 줄인 자금으로 실물 금과 인프라 자산을 매입했다. 마이너스 금리 국면에서 인플레이션 충격을 방어하려는 목적이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퇴직연금 체계는 62억 달러(약 8조 3638억 원) 규모 자산의 약 3%를 금 선물로 채웠다. 선물 방식을 채택해 증거금을 뺀 나머지 자본을 주식 등 성장 자산에 계속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영국 나우 펜션스 마스터 트러스트 역시 106억 달러(약 14조 2994억 원) 가운데 약 2%를 대안 포트폴리오 내 금 선물에 배분했다. 호주 엔지에스 슈퍼도 2020년 6월 이후 자산의 약 3%를 금에 지속 배분해 급격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주식 편중 한국 기관투자가의 자산 다변화 과제


해외 주요 연기금의 행보는 전통 자산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기관투자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연금은 기금 적립금 중 80% 안팎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집중 배치해 두고 있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거시경제 충격이 닥치면 대체 자산 완충재가 부족해 포트폴리오 전체 변동성에 직접 노출된다. 해외 연기금처럼 실물 원자재를 자산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금 편입 확대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금은 채권이나 배당주와 달리 보유 기간에 이자나 배당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가 확인되더라도 장기 투자 시 복리 수익률을 갉아먹는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시장 흐름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경로와 글로벌 물가 안정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 물가가 목표치로 수렴하고 주식과 국채의 상관관계가 다시 정상적인 음(-)의 방향으로 돌아선다면 채권의 분산 기능이 회복돼 연기금의 금 추가 편입 압력은 둔화할 수 있다. 반대로 통화 가치 불안과 지정학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대체 안전자산 비중을 둘러싼 연기금의 자산 재분배 논의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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