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제조 단가·수요 부족에 그린 수소 프로젝트 '단 7%만 완공'… 실행 격차 심화
지각 생성 '백수소' 전 세계 17만 년 치 석유 소비량 필적… 제철·중운송 탈탄소 대안 급부상
"수플레 굽듯 까다로운 추출 레시피 찾아라"… 유럽·북미 스타트업 상업화 시추 속도전
지각 생성 '백수소' 전 세계 17만 년 치 석유 소비량 필적… 제철·중운송 탈탄소 대안 급부상
"수플레 굽듯 까다로운 추출 레시피 찾아라"… 유럽·북미 스타트업 상업화 시추 속도전
이미지 확대보기철강 제련과 장거리 대형 운송 등 전기화가 극도로 어려운(Hard-to-abate) 난(難)탈탄소 중공업 분야의 필수 청정 열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린 수소는, 계획된 프로젝트 중 단 7%만이 제때 완료될 정도로 경제성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땅속 암석 반응을 통해 자연 형성되는 백수소는 방대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없이도 직접 시추해 채굴할 수 있어, 환경 오염과 높은 생산 비용이라는 기존 수소 산업의 딜레마를 한 번에 우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10월 4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지질학계와 에너지 스타트업들은 지각 암석층에 갇힌 대규모 천연 수소 퇴적층을 경제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상업적 시추 레시피'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그린 수소, 계획 대비 '7%만 완공'… "전력 직접 소비가 낫다" 경제성 벽
수소는 고온 연소 시 화석연료와 달리 오직 수증기만을 배출해 석탄 코크스를 대체할 미래 제철 연료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전 세계 수소의 90% 이상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개질한 '그레이 수소'로 생산되어 막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풍력·태양광 발전과 수전해 설비를 결합한 '그린 수소'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공식 발표된 그린 수소 설비용량 중 실제 예정대로 완공된 프로젝트는 불과 7%에 그쳤다.
가장 큰 원인은 '맞지 않는 경제성'이다.
그린 수소는 전력 생산과 전기분해, 고압 압축 및 운송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커 화석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이 턱없이 낮다.
더욱이 그린 수소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귀한 재생에너지는 수소로 변환하기보다 전력망에 직접 투입해 소비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 면에서 훨씬 우월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프로젝트 취소가 잇따랐다.
"전 세계 석유 17만 년 치 에너지"… 지각 속 묻힌 천연자원의 잠재력
이러한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조명받는 것이 바로 '백수소(자연 수소)'다.
지각 심부의 감람암 등 철분이 풍부한 암석이 고온·고압 환경에서 지하수와 반응하는 사문석화(Serpentinization) 작용이나 방사성 붕괴 등을 통해 지하에서 자연적으로 끊임없이 생성되는 천연가스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더럼 대학교,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연구진의 최근 지질학 연구에 따르면, 오랜 지질학적 시간 동안 지구 대륙 지각에서 생성되어 갇힌 자연 수소의 총에너지량은 현재 전 세계 연간 석유 소비량의 약 17만 년 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정됐다.
캐나다의 지질 수소 탐사 스타트업 베마(Vema)의 피에르 레빈(Pierre Levin)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소를 생성하는 암석층은 전 세계 지각 어디서나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수십억 톤의 청정수소를 캐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플레 굽듯 정밀한 레시피 필요"… 석유 시스템과 다른 지질 함정 규명 관건
하지만 막대한 부존량에도 불구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채굴 가능한 고농도 상업 저류층으로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분자 크기가 극도로 작은 수소 가스는 지층 암석 틈새를 통해 대기 중으로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연구의 주저자인 크리스 발렌타인(Chris Ballentine) 교수는 천연 수소 탐사를 프랑스 고급 요리인 '수플레(Soufflé)'에 비유했다.
발렌타인 교수는 "지하에 대량으로 응집된 수소를 찾아내는 것은 재료의 배합, 투입량, 지질학적 타이밍, 온도가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부풀어 오르는 수플레 조리와 같다"며, "어느 한 조건이라도 어긋나면 경제성 있는 저류층을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 적용이 가능한 상업적 탐사 레시피를 정립하는 순간, 석탄·석유에 필적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탄소 청정 에너지원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질학 보고서들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현재 ▲수소가 생성되는 모암(근원암), ▲지상으로 이동하는 단층 경로, ▲수소가 모여 있는 다공성 저류층, ▲상부로의 누출을 틀어막는 치밀한 덮개암(Cap rock) 등 천연 수소 시스템 전반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석유·천연가스 트랩 구조와 유사하면서도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른 수소 분자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지질 모델링이 선행되어야 대규모 산업 개발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알프스 및 피레네산맥부터 북미 대륙 내부 크레이톤, 동남아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지질학적 수소를 상업화하려는 글로벌 에너지 스타트업들의 탐사 시추가 본격화되면서, 백수소가 '값비싼 녹색 수소'를 넘어 청정수소 경제의 진정한 돌파구를 열어낼 수 있을지 전 세계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