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태국, 압도적 군사력 과시…中 지원 캄보디아와 충돌
100년 묵은 영유권 갈등 재점화…트럼프 중재에도 교전 지속
100년 묵은 영유권 갈등 재점화…트럼프 중재에도 교전 지속

방콕과 프놈펜 당국은 100여 년 전 프랑스가 정한 국경선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특히 프랑스 식민 시절인 1904년~1907년 맺은 국경 조약과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프레아비히어 사원 영유권 판결 등 수십 년 쌓인 갈등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다.
지난 7월 24일(현지시각) 다시 불붙은 이번 충돌로 현재까지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으며, 15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긴급 대피했다. 태국은 F-16 전투기를 동원해 캄보디아 군사 목표물을 공습했고, 캄보디아는 기관총과 중화기, 로켓포 등으로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정상과 통화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궁극적인 평화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국지적 교전은 26일까지 이어졌다.
◇ 태국, 압도적 군사력 우위…아시아 중견 강국
군사력은 모든 면에서 태국이 캄보디아를 압도한다. 태국의 현역 병력은 36만1000명으로 캄보디아의 세 배에 이르며, 무기체계의 수준 또한 비교하기 어렵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밀리터리 밸런스 2025' 보고서에서 "태국은 거대하고 자금이 풍부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갖추어져 있고 훈련 수준도 높다"고 평가했다. 호주의 로위 연구소 또한 2024년 역내 27개국 군사력 순위에서 태국을 14위, 캄보디아를 23위로 매겼다.
이러한 군사력 격차의 배경에는 현격한 경제력 차이가 있다. 태국의 인구는 캄보디아의 4배, 국내총생산(GDP)은 10배가 넘는다. 로위 연구소의 '아시아 파워 인덱스'는 군사, 경제, 외교력을 종합 평가해 태국을 아시아 10위의 중견국으로, 캄보디아를 약소국으로 분류했다.
◇ 미국의 오랜 동맹…'코브라 골드'로 다져진 협력
태국은 1954년 마닐라 조약 체결 이후 미국의 오랜 조약 동맹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태국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해 수십 년 동안 최신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군사훈련인 '코브라 골드'를 해마다 미군과 공동으로 연다.
다만 최근에는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도 관계를 넓히는 등 중립 노선을 취하며 이스라엘, 러시아, 한국 등의 도움으로 자국 방위산업을 키우고 있다.
◇ 중국 등에 업은 캄보디아, 전략 요충지 자처
이에 맞서는 캄보디아군은 1993년 창설한 비교적 신생 군대다. 병력 규모는 약 12만 명 수준이다. IISS는 "캄보디아의 가장 중요한 국방 파트너는 중국과 베트남"이라며 "전통으로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핵심 공급국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타이만에 자리한 캄보디아 리암 해군기지 개발을 지원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기지가 중국 항공모함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은 지난 5월 역대 최대 규모의 '골든 드래곤' 연합훈련을 여는 등 군사 관계를 다졌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월 "중국과 캄보디아는 철통같은 친구이며 양국 군은 깨지지 않는 형제애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IISS 보고서는 "캄보디아는 현재 자국 군을 위한 현대 장비를 설계하고 만들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하늘과 땅, 뚜렷한 무기 격차
양국 무기체계의 격차는 뚜렷하다. 태국 공군은 스웨덴제 최신예 그리펜 전투기 11대와 미제 F-16, F-5 전투기 수십 대를 보유했지만, 캄보디아에는 전투 가능한 공군력이 사실상 없다.
지상 전력 역시 태국은 중국제 최신 VT-4 전차 60대를 포함한 수백 대의 전차와 600문 넘는 야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155mm 자주포도 56문이 넘는다. 반면 캄보디아는 구형 중국·소련제 전차 200여 대와 155mm 야포 12문을 갖췄을 뿐이다. 공중 전력에서도 태국은 미제 코브라 공격헬기와 블랙호크 수송헬기를 운용하지만, 캄보디아는 구형 수송헬기 몇십 대가 전부다.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국장을 지낸 군사분석가 칼 슈스터는 CNN 인터뷰에서 태국의 군사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변수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지형은 캄보디아 영토에서 분쟁 지역으로 접근하는 데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군이 분쟁 지역에 지뢰 등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슈스터는 "태국 왕립 공군과 특수부대가 우월하다"며 "태국은 이번 분쟁에서 공군력과 장거리 화력을 앞세우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형은 캄보디아에 일부 유리하지만, 태국의 압도적 군사력이 전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