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트럼프, 韓 조선 협력 조건으로 '관세 면제' 검토…234척 中 해군 견제 포석

한국, 미 해군 조선소 수리·건조 지원 제안…'조선 동맹' 공식화 움직임
한화오션·HD현대, 美 조선시장 선점 속도…필리·오스탈 등 현지 기반 확대
도널드 트럼프, 그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전 고위 임원 임문규 씨가 1998년에 촬영된 이 날짜 미상 배포 사진에서 한국 거제도에 있는 현재 한화오션이 운영하는 조선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그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전 고위 임원 임문규 씨가 1998년에 촬영된 이 날짜 미상 배포 사진에서 한국 거제도에 있는 현재 한화오션이 운영하는 조선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조선 동맹'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핵심은 미국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한국 조선 기술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철강·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받는 것이다. 미국 내 제조업 복원과 중국 해군력 확장에 대한 경계심이 맞물리며 양국 간 조선 협력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미국 해군 강화 '조선 동맹' 띄우는 한국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양국은 최근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 미 해군 함정 정비·수리 확대, 일부 군함의 한국 조선소 건조 방안 등을 포괄하는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 이를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으로 명명해 미국 측에 제안했고,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통상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의 부상은 미국 입장에서 현실적 위협"이라면서 "한국이 기술 협력과 조선 역량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자 미국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 해군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1998년 한국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방문해 강한 인상을 받은 경험이 있어 한국과의 협력에 거부감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 세계 최대 조선국 중국…234척 해군함으로 미국 추월


한국이 '조선 동맹'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확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해 세계 최대 조선국으로 성장했고, 해군 전력 면에서도 미국을 추월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234척의 해군 함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해군의 219척보다 많다. 특히 최신예 구축함과 항공모함을 빠르게 증강하면서 미국 조야(朝野)에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자국 조선소를 재건하고 해군 조선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직면했지만, 노후된 인프라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 한화오션·HD현대, 미국 조선 시장 공략 박차


국내 조선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 정비 계약을 세 건 이상 따냈으며, 대형 도크와 900톤급 크레인을 갖춘 시설을 활용해 고난도 수리를 수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에 인수했고, 최근에는 앨라배마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 중인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Austal)의 지분 인수를 추진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HD현대도 미국 방산 조선업체인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dison Chouest Offshore)와 함께 미국 내 컨테이너선 건조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 수주를 넘어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기반을 마련하려는 민간 주도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 존스법·수정안·인력난…협력 현실화 위한 '장애물' 여전


양국 협력 강화에는 법적·정치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 내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운항·소유돼야 하며,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안'도 존재한다.

또한 미국 조선소는 부품 조달 체계가 무너졌고, 숙련된 인력도 부족해 생산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인프라와 인력만으로는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어렵다"면서 "한국과의 협력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소에서 선체 일부를 제작하고, 이를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나, 특정 조선소를 특별 협력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이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조선 기술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대미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등 실질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매년 일정 수의 미 해군 함정을 한국에서 수리하거나 부분 건조하는 ‘현실적 거래’가 관세 협상의 유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