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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독일, 1조 원대 방산 '빅딜'…한국형 잠수함 수출 전선 '긴장'

캐나다 상업공사, 독일 연방군과 CMS 330 공급 계약 양국 안보 밀착 가속화
차기 잠수함 사업(CPSP)서 獨 유리한 명분 확보
잠수함 수주 최종 평가를 앞두고 캐나다 정부가 독일 해군에 자국산 전투관리체계(CMS)를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며 양국 간 방산 협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진=캐나다 정부이미지 확대보기
잠수함 수주 최종 평가를 앞두고 캐나다 정부가 독일 해군에 자국산 전투관리체계(CMS)를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며 양국 간 방산 협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진=캐나다 정부
캐나다 정부가 독일 해군에 자국산 전투관리체계(CMS)를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며 양국 간 방산 협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계약은 단순 무기 체계 수출을 넘어, 캐나다와 독일이 북대서양 안보 동맹을 매개로 방산 공급망을 상호 통합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 방산업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에서 경쟁국인 독일이 유리한 정치·경제적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네이벌뉴스(Naval News)21(현지시각) 캐나다 상업공사(CCC)가 독일 연방군 장비·정보기술·운용지원청(BAAINBw)과 록히드마틴 캐나다의 전투관리체계 'CMS 330'을 공급하는 정부 간 계약(G2G)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사업 규모는 10억 달러(1조 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독일 해군은 차기 호위함인 F127CMS 330을 탑재하며, 현재 운용 중인 F125 호위함 개량 사업에도 이 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록히드마틴 캐나다, 獨 차기 호위함의 '두뇌' 심는다


CMS 330은 함정의 센서, 무장, 통신 장비를 통합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지휘 통제를 지원하는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한다. 당초 캐나다 해군의 핼리팩스급(Halifax-class) 호위함을 위해 개발된 이 시스템은 현재 캐나다 수상전투함(CSC), 북극해 초계함(AOPS) 등 캐나다 해군 주력 함정에 폭넓게 쓰인다. 칠레와 뉴질랜드 해군도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독일 해군은 그동안 탈레스(Thales)'택티코스(Tacticos)', 사브(Saab)'9LV', 아틀라스 일렉트로닉(Atlas Elektronik)'ANCS' 등 다양한 전투체계를 운용해 왔다. 이번에 록히드마틴 캐나다의 CMS 330F127 등 주력 함정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캐나다 방산 기술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동시에, 양국 해군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글렌 코플랜드(Glenn Copeland) 록히드마틴 캐나다 총괄 매니저는 "독일 해군의 CMS 330 선정은 캐나다 방산 혁신의 세계적 위상을 입증한 것"이라며 "독일의 해군 현대화를 지원하고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안보 동맹' 넘어 '방산 카르텔'로… 굳어지는 獨-加 연대

이번 계약은 캐나다와 독일이 20247월 노르웨이와 함께 체결한 '북대서양 해양 안보 파트너십'의 연장선에 있다. 독일은 캐나다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이다. 2024년 기준 양국 교역액은 305억 캐나다 달러(318600억 원)를 기록하며, 캐나다-유럽연합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 체결 이전보다 41% 급증했다.

매니더 시두(Maninder Sidhu) 캐나다 국제무역부 장관은 "이번 계약은 캐나다 혁신 기술의 힘과 글로벌 안보에 대한 기여를 보여주는 획기적 사건"이라며 "독일과 같은 핵심 파트너와 정부 간 협력을 통해 캐나다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바비 권(Bobby Kwon) 캐나다 상업공사(CCC) 사장 역시 "이번 G2G 계약은 안보 목표와 경제 성장을 결합한 미래 협력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韓 잠수함 수출 전선 '비상'… 독일의 '주고받기' 전략 경계해야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현재 진행 중인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캐나다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연합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일본의 미쓰비시-가와사키 중공업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와 방산 전문가들은 독일이 이번 CMS 330 구매를 지렛대 삼아 잠수함 수주전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방산 전문가들은 "방산 거래는 기술력 못지않게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는 영역"이라며 "독일이 캐나다산 전투체계를 1조 원 넘게 구매해 줬다는 사실은, 반대로 캐나다가 독일산 잠수함을 구매해야 한다는 '상호 호혜(Reciprocity)' 논리를 강화하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실제로 독일은 캐나다와의 강력한 나토(NATO) 동맹 관계와 산업 협력을 앞세워 '패키지 딜'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정부로서도 자국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 캐나다의 수출을 도운 독일의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단순 가성비와 빠른 납기만으로 부족"… 산업 파급효과(ITB) 극대화 전략 시급


캐나다와 독일의 이런 움직임을 감안할 때 본격화되고 있는 수주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단순한 함정의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을 넘어,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산업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캐나다는 무기 도입 시 절충교역(Offset Program)과 유사한 '산업 및 기술 혜택(ITB)' 정책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다""독일이 CMS 330 구매로 점수를 땄다면, 한국 기업들은 현지 조선소 현대화 지원, 캐나다 업체와의 공급망 전면 통합, 그리고 잠수함 유지보수(MRO) 기술의 파격적 이전 등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강조해야 승산이 있다"고 제언한다.

한화오션은 최근 밥콕 캐나다(Babcock Canada) 등 현지 유력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독일의 CMS 330 계약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의 잠수함 전투체계에 캐나다산 센서나 소프트웨어를 대거 통합하는 '역제안'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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