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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루빈' 12월 기습 시동…'AI 거품론' 기술로 깬다

TSMC, 내달 초도물량 양산 착수…'150억 달러 재고' 우려 정면 돌파
젠슨 황 "2026년 매출 5000억 달러 가시권"…대만 후공정 '낙수효과' 기대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엔비디아(NVIDIA)가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 일각의 'AI 거품론'과 재고 급증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의 양산 시계를 앞당긴 것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가 올 연말 '루빈'의 첫 소량 양산에 돌입한다는 소식은, 단순 신제품 출시를 넘어 엔비디아의 기술 리더십이 건재함을 증명하는 신호탄이다.

12월 '루빈' 조기 등판의 함의


22일(현지시각) 대만 반도체 업계와 투자은행(IB) 소식통을 종합하면, TSMC는 엔비디아 차세대 칩 ‘루빈’의 초기 생산 준비를 마쳤다. 지난 7월 엔지니어링 샘플(Engineering Sample) 생산 후 설계 수정(Revision)을 완료했고, 이르면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 수백 개 규모의 초도 물량(Small Volume)이 출하된다.

엔비디아가 공식 제시한 양산 시점은 2026년 2분기였다. 그러나 실제 제조 현장인 TSMC 라인은 이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비록 본격적인 대량 양산(Mass Production) 전 단계지만, 경쟁사 추격을 불허하고 개발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 중(On track)임을 시장에 과시하는 행보다.
이는 최근 엔비디아를 둘러싼 금융 시장의 불안정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 엔비디아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주가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 발표 직후 대만 증시가 800포인트 급등했다가 엔비디아 주가 하락 반전과 함께 상승분을 반납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된 것이 단적인 예다. 투자자 시선이 호실적보다 '재고'와 '불확실성'에 쏠린 탓이다.

'150억 달러 재고' vs '5000억 달러 비전'


엔비디아 펀더멘털은 수치상 견고하다. 3분기 매출은 570억 1000만 달러(약 83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핵심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 달러(약 75조 원)로 66% 급증했고,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65% 늘었다. 로봇 공학 및 차량용 반도체 부문도 5억 9200만 달러(약 8714억 원, 32% 증가)를 기록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입증했다. 주력인 GB300과 GB200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시장의 뇌관은 재고다. 3분기 말 재고 자산은 149억 6000만 달러(약 22조 원)로, 전 분기 대비 32%,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재고 소진 기간은 약 3.48개월치다. 통상 IT 제조업에서 재고 증가는 주문 감소(Order Cut)의 전조로 읽힌다. 월가 일각에서 "AI 투자가 정점 아니냐"는 버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주력 제품 블랙웰(Blackwell) 수요가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폭발적(off the charts)"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나아가 "2026년 매출 가시성이 5000억 달러(약 736조 원)를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루빈 조기 생산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시장의 의구심을 덮고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대만 반도체 밸류체인 '낙수효과'


엔비디아의 공격 행보는 대만 반도체 공급망(Supply Chain)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루빈 생산 구체화로 TSMC는 물론 후공정(OSAT) 및 테스트 장비 업체의 수혜가 가시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패키징과 테스트를 맡은 ASE테크놀로지홀딩스 산하 실리콘웨어(SPIL)와 킹유안전자(KYEC)가 직접적 수혜권이다. 고도화된 칩 성능 검증용 테스트 인터페이스를 공급하는 윈웨이(WinWay)와 MPI(MPI Corporation)의 가동률 상승도 예견된다. 대만 양대 기판(Substrate) 제조사들 또한 고부가 기판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 기회를 맞을 전망이다.

관건은 속도와 실체다. 엔비디아는 루빈 12월 시생산 착수로 고점 논란을 기술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수백 개 소량 생산으로 시작되지만, 이것이 본격 양산 궤도에 오르는 내년 이후 AI 반도체 판도는 다시 엔비디아 중심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 재고 우려와 성장 기대가 팽팽히 맞서는 지금, TSMC 라인에서 나올 첫 '루빈' 칩에 글로벌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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