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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장벽' 넘는 K-뷰티의 힘…'혁신 DNA'로 美 시장 흔들다

독보적 제품력과 높은 수익성…'관세 충격' 흡수하는 안전판
설화수·라네즈 현지화 성공…일시적 사재기 넘어 '일상 템' 굳히기
K-뷰티가 트럼프 관세에도 혁신과 현지화로 미국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높은 이윤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K-뷰티가 트럼프 관세에도 혁신과 현지화로 미국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높은 이윤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K-뷰티 산업은 사실상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15일(현지 시각) K-뷰티의 견고한 이윤 구조와 독보적인 시장 경쟁력을 근거로 관세 파고를 충분히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한국에 보낸 서한에서 양국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8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포함해 미국 전체 수입품의 3%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산 제품이 그 대상이다. 이 소식에 현지 소비자들은 자신의 화장품 구매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용 강국으로 손꼽힌다.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한 해 102억 달러(약 14조1484억 원)어치 화장품을 수출하며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수분 공급과 화장 기초 기능을 합친 BB크림, 끈적임 없이 가벼운 자외선차단제, 유리알처럼 빛나는 피부를 가꾸는 '유리 피부' 유행을 이끈 것 모두 K-뷰티다.

이런 경쟁력을 발판으로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닥터자르트 같은 여러 한국 상품이 미국 시장의 핵심 상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상품들은 세포라·타깃·아마존 등 주요 유통망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1분기 북미 매출이 지난해보다 60% 넘게 늘었으며, 대표 상품인 설화수와 라네즈가 고급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 제품력에 전략을 더하다


관세 부과 소식에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관세를 거론했을 때 CBS 방송은 일부 미국 소비자들이 K-뷰티 상품 사재기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K-뷰티가 단순 유행을 넘어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아 장기 수요는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아직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한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의 사라 진달 뷰티 전문가는 "미용 상품은 이윤이 많이 남아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 일부를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안에서 K-뷰티 상품은 여전히 '가격 대비 성능'과 '우수한 품질'의 대명사로 통하며, 독창성에 바탕을 둔 높은 소비자 신뢰도 역시 관세 충격을 완화하는 주요인이다.

상품 경쟁력에 더해진 치밀한 현지화 대책은 K-뷰티 성공의 핵심 공식으로 통한다. 이니스프리는 뉴욕 유니언스퀘어에 1700제곱피트 넓이의 대표 매장을 열고 900가지가 넘는 상품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경험을 확대했다. 또 라네즈의 '립 슬리핑 마스크'가 SNS에서 입소문을 타 '필수 상품'으로 떠오르고,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한정판 상품으로 팬심을 사로잡는 등 온라인 홍보와 현지 맞춤 대책이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 미래 시장까지 내다보는 K-뷰티

K-뷰티의 시선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시장을 향하고 있다. 건강과 생활방식을 아우르는 '미용-건강(뷰티-웰니스)' 흐름을 주도하며 콜라겐·프로바이오틱스 같은 '먹는 미용'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포장, 재생 플라스틱 사용 같은 가치를 내세우고, 인공지능(AI) 피부 진단 같은 첨단 기술을 더해 개인 맞춤 해법을 내놓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유럽·중국 등 다른 교역국에도 비슷한 관세를 매기면서 K-뷰티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해지지 않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에 K-뷰티 대표 상품들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대 300% 넘게 급증하며 이러한 예상을 증명했다. 단기적인 외부 충격을 뛰어넘어 혁신과 현지화 그리고 강력한 상표의 힘을 바탕으로 한 K-뷰티의 성장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는 라네즈, 설화수, 코스알엑스 등 주력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라면서 “최근에는 현지 시장에 적합한 한율, 에스트라 등 브랜드도 세포라에 입점시키는 등 새로운 브랜드 진출도 지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뷰티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장기로는 제품력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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