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회계법인에 자료 제출 거부해 ‘의견거절’…이듬해 KG제로인에 흡수
재무제표 비공개 상태서 합병 강행…곽재선 회장 장남, 그룹 지배력 확보
재무제표 비공개 상태서 합병 강행…곽재선 회장 장남, 그룹 지배력 확보
이미지 확대보기이 때문에 KG네트웍스는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고 재무제표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깜깜이’ 상태에서 합병이 이뤄진 셈이다. 이 과정이 오너 2세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감사보고서 미공시(공시 기한 2017년 3월) 사태 6개월 뒤인 2017년 9월, KG네트웍스는 KG제로인에 흡수합병 됐다. 합병 전 두 회사는 모두 곽재선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쥔 비상장사였지만,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었다.
KG네트웍스는 2015년 기준 자산 321억 원, 매출 515억 원으로 2016년에도 외부감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합병이 진행됐고, 곽 회장의 장남 곽정현 사장이 합병 법인(KG제로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KG제로인은 그룹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의 최대주주가 됐다. ‘깜깜이 합병’이 2세 곽정현 사장의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한 결정적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텅 빈’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통째로 빠져
KG네트웍스는 합병 직전인 2016년도 회계 감사 자료를 회계법인에 넘기지 않았다. 삼일회계법인은 결국 ‘의견거절’ 사유만 적은 빈 감사보고서를 냈다. 재무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기업 가치를 평가할 핵심 지표가 모두 빠졌다.
회계법인 측은 보고서에서 “경영진으로부터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감사 절차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감사 의견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얻을 수 없어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2016년 재무제표가 2017년 합병 당시 주당 자산가치 등 평가의 근거였다는 점이다. 합병 비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가 외부 검증 없이, 심지어 공개조차 되지 않은 채 합병이 강행된 것이다.
담당자 독단 불가능… 윗선 개입 ‘고의성’ 짙어
합병 직전 감사 자료를 내지 않고 재무제표를 숨긴 행위는 회계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조직 생리상 윗선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고의적 은폐’ 의혹이 짙은 대목이다.
KG네트웍스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회계 자료가 방대하지 않다. 자료 준비가 어려워 제출을 못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기업 회계 전문가는 “감사 자료 미제출은 외부감사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 사안”이라며 “오너 일가나 최고경영진의 지시 없이 실무진 선에서 감사를 거부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감사 자료 미제출에 대한 이사회 결의 여부 ▲곽재선 회장 및 곽정현 사장의 관여 여부 등을 질의했으나 회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깜깜이 합병’… 2세 곽정현, 그룹 장악 ‘신호탄’
업계에서는 감사 거부와 뒤이은 합병이 ‘2세 승계 시나리오’의 일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재무 정보를 가린 채 합병 비율을 조정해 2세인 곽정현 사장이 KG제로인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설계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감사 자료 미제출 배경을 묻는 질의에 KG제로인 측은 “합병 당시 임직원들이 퇴사해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이후 재답변을 요구했으나 회신은 없었다.
외감법 위반 형사처벌 대상… 회사 측 “답변 없다”
현행 외부감사법(제20조 등)은 감사인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 자료 제출 거부로 인해 KG네트웍스 법인이나 대표이사가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았는지, 과태료 처분은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에도 회사 측은 입을 닫았다. 투명하지 않은 회계 처리와 합병 과정에 대한 의혹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당성 문제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