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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미 관세협상, 130조원 투자로 8월 1일 '데드라인' 넘나

美·日, 15% 관세 합의에 '압박감 최고조'…최소 동등 조건 확보 총력
삼성·현대차, 130조원 투자 보따리…'자동차 관세'가 최대 관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8월 1일 협상 시한을 앞두고 자동차 관세 등 핵심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8월 1일 협상 시한을 앞두고 자동차 관세 등 핵심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4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7월 일괄 타결' 관세 협상의 마감 시한(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14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최근 일본이 미국과 15% 상호관세 부과에 합의하면서 한국 정부의 압박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단이 워싱턴에서 미국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 연쇄 회동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미 협상단은 24일(현지시각) 회동한 데 이어 25일에도 만나 담판을 벌였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8월 1일 시한까지 합의에 도달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이번 협상에서 반도체, 첨단 제조, 조선 등 전략 제조업 분야의 협력을 강조하며 한미 기술 동맹 강화를 꾀하는 한편, 자동차 등 핵심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와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완화 등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했다. 양측은 '서로 이익이 되는' 합의를 이끌어내자는데 뜻을 모았다.

◇ 미·일 합의에 발등의 불…자동차 업계 '초비상'


이번 협상은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직후 열려 한국 측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미일 합의에는 자동차와 일부 농산물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가 포함돼, 앞으로 한·미 협상의 기준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식량 안보와 농가 보호 문제로 국내 반대 여론이 높아 우리로서는 민감한 대목이다. 특히 핵심 쟁점인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은 크다. 25% 고율 관세가 붙은 뒤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7% 넘게 줄었다. 업계는 관세를 15%까지 낮출 경우 한 해 2조6000억 원의 이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측 역시 한국의 다급한 처지를 알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 장관은 24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합의 소식을 접했을 때 한국이 얼마나 불만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며 "그들은 합의를 '매우, 매우'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세 협상 의제 및 쟁점.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세 협상 의제 및 쟁점.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130조 투자 보따리'로 돌파구 모색


이에 맞서 한국은 일본의 '투자-개방 일괄 타결' 모델을 본보기 삼아 1000억 달러+α(약 130조 원 이상) 규모의 미국 투자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370억 달러, SK하이닉스가 39억 달러를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투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SK하이닉스, 현대차, LG그룹 총수들과 잇달아 만나 미국 투자 등 국제 현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내각 구성이 최근에야 마무리되면서 일부 고위 관리들은 임명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중요한 협상에 나섰다. 또한 25일로 예정됐던 기획재정부 구윤철 장관과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선트 장관의 회담이 미국 측의 일정 문제로 갑자기 연기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같은 거시경제 문제까지 의제로 올라, 미국 재무부와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도 협상의 변수로 꼽힌다. 일본이 무역 합의의 대가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대출 묶음을 약속한 점도 부담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협상 난항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가능한 한 최대한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여지를 남겼다. 협상이 최종 불발될 경우,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 약화와 농업계의 거센 반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일본과 대등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한·미 경제 동맹이 한 단계 발전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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